'친일파 백선엽' 을 위한 방송

“기억납니다…내 생애 최고의 날입니다. 정말 감개무량합니다”(친일파 백선엽씨가 KBS에게)

친일파 백선엽(91)씨는 KBS 스튜디오에 와서 자신의 60년 전 한국전쟁 당시 평양입성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면서 흐뭇해했다. KBS가 24일 밤 방송한 6·25 특집다큐 <전쟁과 군인> ‘1부 기억의 파편을 찾아서’ 편에서였다. 이번 방송을 통해 백선엽은 지난 2004년 친일파 명단에 등재된 이후 7년 만에 ‘우리들의 공영방송’ KBS를 통해 화려하게 전쟁영웅으로 부활했다. 백씨를 영웅화하지 않겠다던 KBS 제작진의 말은 이날 다큐를 보면 모두 거짓에 불과했다는 것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철저히 백씨의 기억과 발언을 위주로 제작된 프로그램이었다. 이는 백씨에 의한, 백씨를 위한, 백씨의 방송이었다.

백선엽. 그는 일제강점기 봉천 만주군관학교에 입학, 일제 패망직전까지 조선독립군과 팔로군을 잡아 잔혹하게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하는 전쟁범죄를 저지른 이른바 ‘간도특설대’ 대원으로 활약했다. 그의 이런 이력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공영방송 KBS가 백씨를 전쟁영웅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며 수많은 독립운동단체와 후손들, 한국전쟁 민간인학살 피해자 등이 절박한 심정으로 방송불가를 외쳤다. 그럼에도 KBS는 그런 ‘역사’와 원로들의 피맺힌 호소를 짓밟고, 단숨에 백씨를 영웅으로 둔갑시켰다.

KBS는 24일 밤 10시부터 1TV를 통해 1시간짜리 백씨 미화 다큐를 내보냈다. 첫 장면은 어두운 KBS 스튜디오로 백씨가 걸어들어오면서 시작됐다. 그러면서 백씨 앞에 놓인 거대한 스크린에서 ‘6·25의 미공개 영상’이 펼쳐졌다. 영상 안엔 젊은 시절 백씨의 모습이 잡혔다. 백씨는 이 영상을 보며 눈시울을 붉힌 듯했다. 그러면서 “기억나요. 다부동에서 반격할 때 사진인 것 같습니다.…저건 임진강일까. 60년 전 일인데요 그 당시의 모습을 보니 감개무량합니다”라고 회상했다.

KBS가 지난 24일 밤 방송한 백선엽 다큐 <전쟁과 군인> 1편.


백씨의 친일행적에 대해 KBS는 단 10초도 할애하지 않았다. 그가 만주군관학교 입학한 뒤 일본군 장교가 됐고, 이로 인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다는 한마디가 끝이다. 간도특설대원이었다는 전력은 숨겼다. 그나마 눈여겨 들여다보지 않으면 이런 소개가 있었는지 알 수도 없을 정도의 내용이다.

한국전쟁시 미군과 함께 북진하면서 백씨가 평양에 입성했을 때를 KBS는 감격적으로 묘사했다. 백씨는 “5년전 평양을 떠나 국군을 만들어 1만명과 미군 5000명 데리고 적의 수도를 탈환하는 광경입니다. 감개무량합니다. 일생의 최고의 날입니다”라고 회고했다. KBS는 “개전초기 패전을 역전시킨 한국군의 사기는 드높았다”며 “통일은 곧 올것같았고, 평온한 일상은 이미 와있는 것 같았다. 이승만이 북한 지역을 방문해 분위기 고조시켰다”고도 했다. 

또한 수세에 몰렸던 남한군이 미군의 지원을 받은 뒤 다부동 전선에서 피튀기는 전투를 벌이다 끝끝내 이 전선을 사수했고, 그 중심에 백씨가 있었다는 점도 KBS는 빼놓지 않았다. KBS는 “이 전투로 백선엽은 미군의 신뢰를 얻었다”며 “포병, 전차 등 지원했다…백선엽에 대한 미군의 신뢰는 평양공격 때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또한 임진강 감악산에서 북한군과 중공군에 포위돼 대부분 전멸했던 영국군 글로스터 대대의 일화도 소개됐다. KBS는 영국으로 날아가 참전군인이었던 샘 머서씨를 만나 그가 중국군에게 다리에 총을 맞았다는 기억을 들었다. 머서씨는 “당시는 지독한 전투였다. 적과 거리도 아주 가까웠다. 소총을 두 중국 병사 중 한 명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제 다리를 쏘더군요. 왜 그랬는지는 몰랐다”고 전했다.

KBS는 철저하게 백씨의 활약과 시각에서, 또 글로스터 대대의 전멸사례처럼 연합군의 시각에서 한국전쟁을 조명한 꼴이 됐다. 그러다보니 한국전쟁의 참혹한 실상은 뒷전에 묻혔다. 
국방군사연구소가 지난 1996년 발행한 한국전쟁 피해 통계집에 따르면 공식적인 정규군 사망자만해도 한국군 전사·사망자 13만7899명, 유엔군 전사·사망자 5만7933명, 북한군 51만2000명, 중공군 14만8600명에 이른다. 여기에 학도병 및 경찰 사망자만도 1만6848명이다. 부상자와 실종 및 포로 등 피해현황을 집계하면, 남한 유엔군측이 무려 130만, 북한 중공군측은 18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이 집계한 민간인 피해상황은 더욱 참혹하다. 사망자 24만4663명, 학살자 12만8936명이며, 실종자는 3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 민간인 피해는 계량하기조차 힘들정도로 크다. 한국전쟁전후민간인학살규명범국민위원회에 따르면 미군과 남한군에 의해 사망하거나 집단학살된 민간인만 100~13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그들은 부모를 졸지에 잃고 최근까지도 ‘빨갱이’로 몰리며 ‘연좌제’의 고통속에 60년을 살아왔다. 이것이 대한민국에 실재하는 ‘한국전쟁의 참혹한 진실’이다. KBS는 전쟁에 대한 알량한 몇몇 군인의 기억에 빗대 그들의 영웅담이나 늘어놓으며 한국전쟁의 이같은 실상은 철저하게 외면했다.

KBS는 또 곳곳에서 ‘백씨의 생각은 무엇일까’라며 지나치게 백씨의 기억과 의견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백씨는 방송에서 “산천은 변하지 않은데 많은 조국의 전사가 피를 흘렸다. 조국을 지켜줬다. 피와 땀을 흘려서 얻은 국토다”라고 말했다. KBS는 “그의 기억은 다시 전장 속으로 걸어가고 있다”며 “이제 우리는 어떤 역사의 길을 찾아야 할까”라고 했다.

이번 이른바 '백선엽 다큐'는 전쟁의 실상을 겸허하고 냉정하게 되짚어보기는 커녕 한 군인의 기억만을 쫓는데 그쳤다. 이런 다큐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자체로만 보더라도 KBS 스스로 새롭게 발굴했다는 미공개영상의 경우 미군 주변을 따라다니며 그저 전투를 하고 있다거나 백씨의 얼굴이 담긴 영상이라는 점 외엔 그다지 사료적 가치로도 평가를 받기 힘들다. 완성도 있는 다큐멘터리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KBS의 공영성과 정체성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으면서 이렇게 강행한 이유를 이 다큐만 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친일파 백선엽'의 전쟁영웅과 미담이라는 의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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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 '남북정상회담' 전문]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이 1일 <조선중앙통신>에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극비 접촉 전모를 공개하면서 정상회담 불가 입장을 밝혀 일파만파의 파문이 일고 있다. 다음은 대변인 발언 전문.

그 어떤 권모술수로도 북남관계를 파탄시킨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대변인대답      
(평양 6월 1일발 조선중앙통신)
   

지난 5월 19일 리명박역적패당은 청와대대변인이라는자를 내세워 최근 북남사이 에 진행된 베이징비밀접촉에서 마치 역도의 그 무슨 《베를린제안》에 대한 《진의 》를 우리에게 전달한것처럼 소문을 냈다.  

그후에도 여러 기회에 같은 소리를 내돌리고있다. 이와 관련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1일 조선중앙통신 사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리명박역적패당은 원래 없는것도 만들어내고 한 일도 안했다고 뻗쳐대는 날조의 명수,민족앞에 다진 약속도 헌신짝처럼 줴버리는 불한당들이다.   

《천안》호침몰사건과 연평도포격전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베이징비밀접촉에서 우리에게 리명박역도의 그 무슨 《베를린제안》의 《진의》 를 설명하였다는것도 새빨간 거짓말이다.   

리명박역적패당이 청와대대변인이라는자를 내세워 베이징비밀접촉정형을 날조하여 먼저 공개하고 이러저러한 허튼 소리를 내돌리는 이상 우리도 있었던 사실을 그 대로 까밝히지 않을수 없다.   

북남관계를 파국에로 몰아간 책임에서 벗어날수 없게 된 리명박역적패당은 그것 으로 하여 집권말기의 위기가 더욱 극심해질수 있다는것을 의식한데로부터 올해 4월 에 들어서면서 《〈천안〉호침몰사건과 연평도포격사건에 대하여 더이상 거론하지 않겠으니 제발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을 가지자.》고 거듭 간청하여왔다.   

그러면서 리명박의 《대북정책》이 북에서 《오해》를 하고있어 그렇지 사실은 북남관계개선을 위한것이라고 구구히 변명하였다. 그러나 5월 9일부터 비밀접촉마당에 나온 괴뢰통일부 정책실장 김천식, 정보원 국장 홍창화,청와대비서실 대외전략비서관 김태효 등은 우리와 한 초기약속을 어기고 《천안》호침몰사건과 연평도포격사건이 남북관계개선을 위하여 《지혜롭게 넘어 야 할 산》이라며 우리의 《사과》를 받아내려고 요술을 부리기 시작하였다.   

우리측이 우리와 무관한 사건과 정정당당한 자위적조치를 두고 《사과》한다는 것자체가 말도 되지 않는다고 박아주자 《제발 북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이라도 만들어 세상에 내놓자고 하 면서 우리측에서 《제발 좀 양보하여달라.》고 애걸하였다.   

우리측이 당치않은 《사과》를 전제로 한 최고위급회담문제는 론의할 필요조차 없다,당장 서울로 돌아가라고 하자 그들은 리명박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것, 현 당국에는 시간이 없다는것,남북관계는 진보세력보다 보수세력과 손을 잡고 추진 시키는것이 더 유리하다고 하면서 어떻게 하나 접촉을 이어가려고 시도하였다.   

그리고 저들은 이미 《정상회담》개최와 관련한 일정을 모두 잡아놓고있다고 하면서 두 사건에 대한 문제가 타결되면 5월하순경 《정상회담》을 위한 장관급회담을 열어 합의사항을 선포하고 6월하순경에는 제1차 《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제2차 《정상회담》은 그로부터 두달뒤에 평양에서,제3차 《정상회담》은 래년 3월 핵안보 정상회의기간에 개최할 것을 예견하고있으니 제발 딱한 사정을 들어달라고 구걸하였다.

이에 대하여 우리측이 지금처럼 남측에서 《선 핵포기》와 두 사건에 대한 《사과》에 대하여 계속 떠들면서 반공화국적대시정책을 고집하는 한 최고위급회담개최는 있을 수 없다고 단호한 립장을 밝히자 《최소한 두 사건에 대해 〈유감〉이라도 표시해달라. 말레이시아에서 다시 만나 이 문제를 결속하자. 그리고 〈정상회담〉개 최를 빨리 추진시키자.》고 하면서 돈봉투까지 꺼리낌없이 내놓고 그 누구를 유혹하려고 꾀하다가 망신을 당하였다.   

괴뢰들은 《북과 달라 이남은 복잡하다. 비밀접촉에서 오고간 이야기가 이남에 알려지면 좋지 않으니 꼭 비밀에 붙여달라.》고 하면서 《리명박〈대통령〉의 직접 적인 지시에 따라 이 비밀접촉을 주관하는 통일부장관 현인택,정보원장,대통령비서 실장 그리고 현지에 파견된 사람들외에는 더 이상 아는 사람이 없으니 북측도 접촉과 관련한 내용을 꼭 비밀에 붙여달라.》고 거듭 간청하였다.   

바로 이러한자들이 리명박역도의 그 무슨 《베를린제안》의 《당위성》을 선전 할 목적밑에 베이징비밀접촉정형을 날조하여 먼저 여론에 공개하였던것이다.   

청와대대변인이 지난 5월 19일을 전후하여 리명박역도의 《베를린제안》의 《진의》를 북에 전달했다고 한 비밀접촉의 전모는 바로 이러하다.   

리명박역적패당이 진정으로 북남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있다면 애당초 그 무슨 《베를린제안》과 같은 악담을 늘어놓지 말았어야 하며 비공개접촉사실을 외곡하여 신의없이 공개하는 연극도 놀지 말았어야 했을것이다.   

모든 사실은 리명박역적패당이 집권말기에 접어들면서 북남관계를 파탄시킨 책임을 모면하여 보려고 얼마나 발버둥치고있는가 하는것을 그대로 보여주고있다.   

그러나 역도가 제 아무리 발악해도 집권 3년간 저지른 반민족적이며 반통일적인 죄악에서 벗어날수 없다. 우리는 조선반도의 평화와 통일,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할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것이지만 정치적흉심을 위해 앞뒤가 다르고 너절하게 행동하는 리명박역적패당과는 더이상 상대하지 않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