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기록한 책 100권

한겨레 신문 선정 20세기의 명저 100선 (1999)




출처 : 한겨레 1999-12-31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성의 정치학'까지한 세기가 저문다. 20세기는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격랑의 연속이었다.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컴퓨터 혁명을 낳았고, 이 혁명의 적자인 인터넷은 지구촌을 촘촘한 그물로 뒤덮었다. 과학기술의 어두운 면도 남김없이 드러났다. 대량살상무기 앞에서 인류는 종이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었다. 파시즘의 발호는 '이성의 인간'을 잔인한 살육의 짐승으로 떨어뜨리기도 했다. 사회주의 실험은 한때 인류의 희망이었으나, 한 세기를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그러는 중에도 인간은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반성하고 모색하기를 그치지 않았다. 그 모든 기억은 책으로 남았다. 책은 인류의 희망과 절망, 열정과 좌절을 고스란히 문자로 담았다. (한겨레) 문화부는 지난 한 세기를 특징짓는 책 100권을 골라 소략하게 한 시대를 스케치한다. 책 선정은 영국의 서평지 (로고스), 일간지 (더 타임스) (뉴욕타임스), 국내 서평지 (출판저널) 등의 도움을 받아 자체 기준을 더해 이루어졌음을 밝힌다. (편집자)

문학

세기의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영화와 컴퓨터 등에 밀리는 느낌은 있었지만, 20세기 전체를 놓고 볼 때 문학은 역시 주도적인 장르였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 등 풍부한 문화적 전통을 지닌 나라에서도 역작이 나왔지만, 특히 영국과 미국 등 영어권 국가에서 주요한 작품이 출현했다. 조이스의 (율리시스)와 엘리엇의 (황무지), 그리고 울프의 (등대로)와 함께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모더니즘이라는 새로운 창작 방법을 시대의 주류로 만들었다.

로렌스의 (아들과 연인)과 나보코프의 (롤리타)는 성이라는 주제를 세기의 화두로 부각시켰으며,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와 브레히트의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 라이트의 (토박이), 아체베의 (무너져 내린다)는 저항문학의 전통을 이어 갔다. 카프카의 (심판)과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카뮈의 (이방인) 등이 삶의 부조리에 눈을 돌렸다면,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오웰의 (1984년)은 미래에 대한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말로의 (인간의 조건),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 없다), 조지프 헬러의 (캐치 22)는 20세기가 무엇보다도 전쟁의 세기였으며, 20세기 인간의 조건은 전쟁과 죽음이라는 실존적 문제였음을 웅변했다.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는 테네시 윌리엄스나 아서 밀러의 작품들과 함께 영어 희곡의 르네상스를 일구었으며, 만의 (마의 산)과 그라스의 (양철북), 파스테르나크의 (의사 지바고)와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는 각각 독일과 러시아 문학의 전통을 계승했다.

케루악의 (길 위에서)가 히피로 대표되는 새로운 세대의 출현을 알렸다면, 루쉰의 (아큐정전)과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 루슈디의 (악마의 시)는 '변방'의 목소리를 '중심'을 향해 타전했다.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이념과 독점적 진리의 해체라는 세기말 시대정신의 소설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인문 20세기 인류의 정신은 프로이트와 함께 열렸다. 1900년 태어난 (꿈의 해석)은 인간이 의식의 존재임과 동시에 무의식의 존재임을 '폭로'했다. 프로이트의 표현으로는, 의식이란 기껏해야 무의식의 바다에 떠 있는 섬에 지나지 않았다. 자기 안에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또다른 자기가 있다는 깨달음은 인류를 혼란에 빠뜨렸다. 지성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프로이트는 생략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소쉬르의 (일반 언어학 강의)는 거대한 폭약을 내장한 지적 폭발물이었다. 언어가 기표와 기의의 임의적인 결합일 뿐이라는 지적, 기표들의 자율적인 체계야말로 언어의 본질이라는 지적은 언어학을 넘어 인문학 전반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었다. 구조주의는 소쉬르를 태반으로 삼아 자라난 20세기적 사유의 한 정점이었다.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는 인류학의 영역에서 '구조'를 드러낸 본격 저작이었다. 구조주의적 사유의 물결은 푸코의 (말과 사물)로, 푸코가 "20세기는 들뢰즈의 세기로 기록될 것"이라고 토로하게 만든 들뢰즈와 가타리의 (앙티 오이디푸스)로 이어졌다.

프랑스에서 '구조주의'가 잉태될 무렵 독일에서 후설은 '현상학'을 탄생시켰다. 현상학은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를 통해 실존주의라는 또다른 20세기적 풍경을 착색했다. 마르크스주의는 독일에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이론으로 이어졌다.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의 (계몽의 변증법), 마르쿠제의 (이성과 혁명), 프롬의 (소유냐 삶이냐),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 하버마스의 (소통행위이론)은 비판이론의 토양에서 자란 다채로운 꽃이었다. 그 한편에서 루카치는 사회주의 혁명의 열정으로 (역사와 계급의식)을 썼고, 포퍼는 모든 형태의 전체주의에 대항해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썼으며, 보부아르는 (제2의 성)으로 여성해방의 횃불을 올렸다. 서양이 이렇게 격동할 때 동양에선 펑유란이 (중국철학사)를, 라다크리슈난이 (인도철학사)를 각각 지성의 전당에 들였다.

사회

사회주의 체제의 성립은 20세기 사건의 맨 윗자리에 놓일 격변이다. 그 선두에 러시아의 혁명가 레닌이 있었다. 그가 32살에 내놓은 (무엇을 할 것인가)는 혁명가라면 놓아선 안 될 필독서였다. 그람시는 감옥 안에서 쓴 (옥중수고)로 자본주의 국가체제가 안정된 상황에서 혁명의 가능성과 방략을 제시했다. 베버가 프로테스탄트 윤리에서 자본축적의 정신적 동력을 발견한((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자본주의는 위기를 겪었으나 수정주의라는 형태로 살아남아 번창했다. 케인스의 (고용.이자.화폐 일반이론)은 그 계기가 된 저작이었다. 그보다 먼저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은 자본주의적 노동통제 방법을 과학의 이름으로 제출했다. 자본주의는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내부의 모순을 완화시키려 했다 (베버리지의 (사회보험과 관련 사업)). 밀레트의 (성의 정치학)에 이르러 여성해방의 목소리는 한층 날카로워졌고, 킨지의 (남성의 성행위)는 음지의 성을 양지로 끌어냈다.

과학ㆍ예술ㆍ기타

20세기만큼 과학기술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아인슈타인은 과학혁명의 중심이자 극점이었다. (상대성 원리)는 250년간 부동의 진리였던 뉴턴의 역학적 세계관을 뒤엎었다. 시간과 공간은 더이상 불변의 좌표가 되지 못했다.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과학적 세계관의 단절적 변화를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에 담아냈다. 러브록의 (가이아)는 환경과 생태에 대한 관심의 힘을 받아 과학의 영역으로 입장했다. 호킹은 (시간과 역사)에서 천체물리학의 최신이론을 소개했다.

20세기는 간간이 위인을 낳기도 했다. 현대의 성자 간디는 (자서전)에서 비폭력과 관용의 정신을, 말콤 엑스는 이슬람교에 기반한 흑인해방의 이념을, 남아공의 흑인 영웅 만델라는 피부색이 차별의 근거가 될 수 없음을 설파했다. 히틀러는 (나의 투쟁)에서 장차 유럽을 피로 물들일 광기의 집념을 피력했다.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는 서양의 예술 역사를 알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최재봉 고명섭 기자 bong@hani.co.kr  



I. 문학

1. 로렌스 (D.H. Lawrence),『아들과 연인』(1913)
2. 루쉰 (魯迅, 1881~1936),『아Q정전』(阿Q正傳, 1921)
3. T.S. 엘리어트 (Thomas Stearns Eliot, 1888~1965) ,『황무지』(The Wasted Land, 1922)
4. 제임스 조이스 (James Joyce, 1882~1941),『율리시스』(1922)
5. 토마스 만 (Thomas Mann, 1875~1955),『마의 산』(Der Zauberberg / The Magic Mountain, 1924)
6. 프란츠 카프카,『심판』(1925)
7. 마르셀 프루스트 (Marcel Proust, 1871~1922),『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A la recherche du temps perdu, In Search of Lost Times, 1913~1927)
8. 버지니아 울프,『등대로』(1927)
9. 헤밍웨이,『무기여 잘있거라』(1929)
10. 레 마르크,『서부전선 이상없다』(1929)
11. 올더스 헉슬리,『멋진 신세계』(1932)
12. 앙드레 말로 (Andre Malraux, 1901~1976),『인간의 조건』(La Condition humaine, 1933)
13. 존 스타인벡,『분노의 포도』(1939)
14. 리처드 라이트,『토박이』(1940)
15. 브레히트,『억척어멈과 그 자식들』(1941)
16. 카뮈,『이방인』(1942)
17. 조지 오웰,『1984』(1948)
18. 사무엘 베케트 (Samuel Beckett, 1906~1986),『고도를 기다리며』(Waiting for Godot, 1953)
19.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롤리타』(1955)
20. 유진 오닐,『밤으로의 긴 여로』(1956)
21. 잭 케루악,『길 위에서』(1957)
22. 파스테르나크,『닥터 지바고』(1957)
23. 치누아 아체베,『무너져 내린다』(1958)
24. 귄터 그라스 (Gunter Grass, 1927~ ),『양철북』(Die Blechtrommel, The Tin Drum, 1959)
25. 조지프 헬러,『캐치 22』(1961)
26. 솔제니친,『수용소 군도』(1962)
27. 마르께스 (Gabriel Garcia Marquez, 1928~ ),『백년 동안의 고독』(Cien Años de Soledad, 1967)
28. 움베르토 에코,『장미의 이름』(1980)
29. 밀란 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1984)
30. 살만 루쉬디,『악마의 시』(1989)



II. 인문

1. 프로이트 (Sigmund Freud, 1856~1939),『꿈의 해석』(Interpretation of Dreams, 1899)
2. 페르디낭 드 소쉬르 (Saussure),『일반 언어학 강의』(1916)
3. 막스 베버 (Max Weber, 1864~1920),『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The Protestant Ethic and the Spirit of Capitalism / Die protestantische Ethik und der Geist des Kapitalismus, 1904~1905)
4. 라다크리슈난,『인도철학사』(1923~1927)
5. 지외르지 루카치,『역사와 계급의식』(1923)
6. 하이데거 (Martin Heidegger, 1889~1976),『존재와 시간』(Being and Time, Sein und Zeit, 1927)
7. 풍우란,『중국철학사』(1930)
8. 아놀드 토인비,『역사의 연구』(1931~1964)
9. 마오쩌둥,『모순론』(1937)
10. 헤르베르트 마르쿠제,『이성과 혁명』(1941)
11. 장 폴 사르트르,『존재와 무』(1943)
12. 칼 포퍼,『열린 사회와 그 적들』(1945)
13. 아도르노ㆍ호르크하이머,『계몽의 변증법』(1947)
14. 시몬 드 보봐르,『제2의 성』(1949)
15. 한나 아렌트,『전체주의의 기원』(1951)
16.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철학적 탐구』(1953)
17. 미르치아 엘리아데,『성과 속』(1957)
18. E.H. 카,『역사란 무엇인가』(1961)
19.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야생의 사고』(1962)
20. 에릭 홉스봄 (Eric Hobsbawm, 1917~ ),『혁명의 시대』(The Age of Revolution, 1789~1848, 1962)
21. 에드문트 후설,『현상학의 이념』(1964)
22. 미셸 푸코,『말과 사물』(1966)
23. 노엄 촘스키,『언어와 정신』(1968)
24. 하이젠베르크 (Werner Heisenberg, 1901~1976),『부분과 전체』(Der Teil und dad Ganze, 1969)
25. 질 들뢰즈ㆍ펠릭스 가타리,『앙티 오이디푸스』(1972)
26. 에리히 프롬,『소유냐 존재냐』(1976)
27. 에드워드 사이드,『오리엔탈리즘』(1978)
28. 페르낭 브로델 (Fernand Braudel, 1902~1985),『물질문명과 자본주의』(Civilization and Capitalism, 15th~18th Centuries / Civilisation Materielle, Economie, et Capitalisme 15e~18e Siede, 1979)
29. 피에르 부르디외,『구별짓기』(1979)
30. 위르겐 하버마스,『소통행위이론』(1981)



III. 사회

1.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무엇을 할 것인가』(1902)
2. 프레드릭 윈슬로 테일러,『과학적 관리법』(1911)
3. 안토니오 그람시,『옥중수고』(1926~1937)
4. 라인홀트 니버,『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1932)
5. 존 메이너드 케인스,『고용ㆍ이자ㆍ화폐에 관한 일반이론』(1936)
6. 윌리엄 베버리지,『사회보험과 관련 사업』(1942)
7. 앙리 조르주 르페브르,『현대세계의 일상성』(1947)
8. 알프레드 킨제이,『남성의 성행위』(Sexual Behavior in the Human Male, 1948)
9. 데이비드 리스먼,『고독한 군중』(1950)
10. 슘페터 (Schumpeter, 1883~1950),『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
11. 존 갤브레이스,『미국의 자본주의』(1951)
12. 다니얼 벨,『이데올로기의 종언』(1960)
13. 에드워드 톰슨 (Edward Thompson, 1924~1993),『영국 노동계급의 형성』(The Making of the English Working Class, 1963)
14. 마루야마 마사오,『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1964)
15. 마샬 맥루한 (Marshall Mcluhan, 1911~1980),『미디어의 이해』(Understanding Media, 1964)
16. 케이트 밀레트,『성의 정치학』(1970)
17. 롤즈 (John Rawls, 1921~2002),『정의론』(A Theory of Justice, 1971)
18. 임마누엘 월러스틴,『세계체제론』(1976)
19. 앨빈 토플러,『제3의 물결』(1980)
20. 폴 케네디,『강대국의 흥망』(1987)



IV. 과학
1. 알버트 아인슈타인,『상대성 원리』(1918)
2. 노버트 비너,『사이버네틱스』(1948)
3. 조지프 니덤,『중국의 과학과 문명』(1954)
4. 토마스 쿤 (Thomas Kuhn, 1922~1996),『과학혁명의 구조』(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 1962)
5. 제임스 워트슨,『유전자의 분자생물학』(1965)
6. 제임스 러브록,『가이아』(1978)
7. 에드워드 윌슨,『사회생물학』(1980)
8. 칼 세이건,『코스모스』(1980)
9. 일리야 프리고진,『혼돈으로부터의 질서』
10. 스티븐 호킹,『시간의 역사』(1988)



V. 예술ㆍ기타

1. 헬렌 켈러,『자서전』(1903)
2. 아돌프 히틀러,『나의 투쟁』(1926)
3. 간디 (Gandhi, 1869~1948),『간디 자서전: 나의 진리실험 이야기』(1927, 1929) (The Story of My Experiments with Truth, 1927, 1929)
4. 에드거 스노우,『중국의 붉은 별』(1937)
5. 아놀드 하우저 (Arnold Hauser, 1892~1978),『문학과 예술의 사회사』(Social History of Art / Sozialgeschichte der Kunst und Literatur, 1951)
6. 안네 프랑크,『안네의 일기』(1947)
7. 곰브리치,『서양미술사』(1948)
8. 말콤 엑스,『자서전』(1966)
9. 에른스트 슈마허,『작은 것이 아름답다』(1975)
10. 넬슨 만델라,『자유를 향한 긴 여정』(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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