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불교와 불교학- 불교의 역사적 이해>




<불교와 불교학- 불교의 역사적 이해>
조성택 지음/돌베개·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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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대(버클리)에서 초기 대승불교 연구로 학위를 받고 뉴욕주립대에서 2002년까지 6년여 동안 비교종교학을 가르친 조성택 고려대 교수의 <불교와 불교학>에 따르면, 미국인들에게 불교는 종교라기보다는 ‘문화’ 또는 ‘철학’에 가깝다. 그들은 붓다(석가모니)의 가르침에 관심을 기울일 뿐 붓다나 승단과 같은 종교적 장치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러다 보니 승려가 없는 재가 중심 불교단체가 많고 참선만 하는 ‘선 센터’가 많다. ‘신심’에는 관심 없는 ‘과학적·이성적 불교도’들, 자칭 ‘불교적 기독교도’ ‘불교적 천주교인’이 수두룩하단다. 그들에게 기독교 ‘교회’는 결혼식장으로서의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다. 주일예배는 거의 노인 차지고, 식사 전에 기도를 올리는 가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불자들은 계속 는다. 한국 사회와는 정반대로 가는 것 같다.
신앙 없는 불자들이 다수인 미국 불교가 아직 뿌리를 내린 것으로 볼 순 없다는 학자들도 있다. 하지만 조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인도 불교가 이질적인 중국문명에 수용되고 동화되는 데 약 500년이 걸렸다. 그가 보기에 최근 100년은 대중매체 발달과 사회적 역동성 등을 고려하면 고대 500년보다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말하자면 미국 불교는 미국 풍토에 맞게 독자적으로 진화하면서 빠른 속도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인도 불교의 중국 정착은 인류 문명사의 일대 사건이었다. 불교의 서방 정착 역시 문명사의 대사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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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는 문제는 한국 불교 주류인 조계종단이라 얘기한다. 일제 때부터 한국 불교는 살아남을 가치가 있다는 ‘근대적 (사회)유용성’을 입증하고 일본 불교와는 다른 ‘한국 불교의 정체성’을 지켜내야 했다. 그러나 근대적 유용성을 확보하려고 앞서가던 일본의 근대불교 모델을 따라가면 정체성을 잃고, 정체성만 찾다간 근대적 유용성을 확보할 수 없었다. 근대적 유용성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한국적 근대불교 모델을 창안해내는 길이 있었다. 그걸 위해 승려도 결혼하고 육식도 하자는 ‘대처육식’과 염불당 폐지, 근대적 승려교육 등을 부르짖으며 낡은 전통을 벗어던지자는 외침들이 있었다. 만해 한용운이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광복 뒤 정체성 문제는 결국 왜색불교 대 민족불교라는 이항대립적 문제로 단순화됐다. 대처 제도를 현실로 인정하면서 대처는 포교에, 비구는 수행에 전념하는 역할 분담을 통해 한국 근대불교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자는 다수파의 주장은 묵살당했다. 친일청산, 왜색불교 추방이라는 사회 분위기에 편승한 소수 비구승들은 다수파 대처승들을 종단에서 몰아내고 조계종을 세웠다. “근대불교를 항일과 친일의 도식적 관점으로… 한국 근대불교사 전체를 이른바 ‘항일 민족의식’과 ‘전통수호를 통한 한국 불교의 정체성 확립’ 과정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관점은 …현재 한국 불교 최대의 종단인 조계종의 성립을 한국 근대불교의 완성으로 보고자 하는 일종의 목적론적 역사 기술이며 …식민시기를 포함해 근대기 동안 한국 불교인들의 다양한 실험과 모색을 완전히 도외시하는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이는 해방 이후 조계종이 등장하는 과정을 정치적으로 정당화하고 은연중에 조계종단을 한국 불교의 유일한 정통교단으로 옹호하는 데 봉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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