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그들만의 진실>






고등교육 과정의 최고 브랜드로 추앙받는 하버드의 위상은 ‘세계 모든 대학의 교황청’이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절대적이다. 하버드의 교훈(校訓)은 ‘베리타스’(Veritas), 라틴어로 ‘진리’를 뜻한다. 돈과 권력에 오염되지 않고 오롯이 진리를 추구하는 순수한 학문의 전당이자, 인류사회의 진보에 기여해온 대학으로 알려진 하버드. 신은정 다큐멘터리 감독의 <하버드, 그들만의 진실>(시대의창 펴냄)은 진리보다는 돈과 권력을 좇느라 여념이 없었던 하버드의 이면과 실체를 파헤친 책이다. 책은 하버드가 미국을 넘어 세계를 어떻게 지배해왔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말한다. “하버드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은 미국과 자본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이 세상을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1636년 아메리카대륙으로 이주한 앵글로색슨계 신교도(WASP·와스프)들이 목사 양성을 위해 세운 하버드 역사의 첫 페이지는 마녀사냥으로 얼룩졌다. 19명을 처형한 1692년부터 1년 동안 마녀재판 재판관들은 당시 하버드의 총장과 그 졸업생들이었다. 19세기 중반 ‘노예해방론자들의 천국’이라고 자부하는 하버드 총장들은 노예를 거느리며 살았고, 20세기 초 하버드 학생들은 보스턴 노동자들의 파업 진압에 나섰다. 백인 중심이던 하버드의 학자들은 미국 우생학을 발전시키고, 이것은 독일 나치에 큰 영향을 끼쳤다. 1934년 히틀러의 최측근이 된 하버드 동문 에른스트 한프슈탱글은 하버드 졸업식에 초대돼 칙사 대접을 받았다. 오랫동안 상류층, 백인, 남성을 위한 교육기관이던 하버드에서 흑인과 여학생은 차별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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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하버드를 움직이는 것은 누구인가. 총장을 포함한 13명(2010년까지 7명)으로 이루어진 제왕적 조직 ‘하버드 법인’이다. 총장은 이사들이 선출하고, 이사는 종신직이다. 회의 내용과 결과를 공개할 의무도 없다. J. P. 모건과 록펠러 가문이 주축인 법인 이사들은 거대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업의 중역들이 대부분이다. 골드만삭스 회장, 빌 클린턴 정부의 재무장관을 거쳐 시티그룹 회장을 지낸 로버트 루빈도 그중 하나다.

저자가 찍은 독립다큐멘터리 <베리타스: 하버드, 그들만의 진실>을 바탕으로 쓴 이 책 속, 하버드의 모습에서 서울대를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나쁜 의미에서 서울대는 한국의 하버드였다. 조지 버나드 쇼가 “만약 하버드가 개교 300주년을 기념해 학교를 완전히 불태워버리고 그 자리에 소금을 뿌려 다시는 하버드대학이 생기지 못하게 한다면 그 기념식은 나에게 가장 강렬한 만족을 줄 것”이라고 냉소했지만, 명문 하버드를 향한 열망은 여전히 뜨겁다. 2010년 하버드에 입학한 한국 학생들은 300여 명으로, 캐나다와 중국에 이어 3위를 달린다. 세계 대학들의 대학인 하버드가 지배계급에 의한, 지배계급을 위한 ‘고등교육의 크렘린’으로 불리는 까닭을 우리가 알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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