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등서 거액 모아 8년째 착공조차 안해
육상연맹 항의 잇따라 국세청 실태조사 나서
언론사 세무조사가 시작된 이후 정부는 “언론이 성역은 아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부 족벌언론들은 “권력에 의한 언론 길들이기” 또는 “언론탄압”이라는 논조를 펴고 있다.
▲동아일보사가 마라톤 전용훈련장을 건립하겠다고 밝힌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수능리 일대. 국민성금 모금 뒤 8년이 지났지만 공사는 시작조차 안된 상태다. 정면에 보이는 산과 그 안쪽의 산을 포함해 모두 32만평이 모두 꿈나무마라톤재단과는 별개인 동아꿈나무재단 소유로 돼있다. 특별취재반society@hani.co.kr |
동아일보사가 황영조 선수의 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 제패를 계기로 마라톤 발전을 지원한다며 지난 1993년 국민모금 방식으로 40여억원을 모아 `동아마라톤 꿈나무재단'(이사장 민관식)을 설립한 뒤, 8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전용훈련장 건립 등 약속했던 사업을 이행하지 않고 있어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동아일보사와 공동으로 성금을 모금했던 대한육상경기연맹(회장 이대원)이 이에 항의해 지난해 기금운영권 환수를 적극 검토했고, 국세청도 최근 언론사 세무조사를 계기로 이 재단의 자금 운영 및 사업실태에 대해 강도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큰 파장이 예상된다.
5일 동아일보사와 육상연맹 관계자들에 따르면, 동아일보사가 지난 93년 국민모금을 통해 조성한 기금으로 설립한 `재단법인 동아마라톤 꿈나무재단'은 그동안 마라톤대회 개최·지원 사업만 해왔을 뿐, 재단을 설립하면서 우선 추진사업으로 내세웠던 전용훈련장은 공사 착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애초 <동아일보>는 93년 1월25일자 신문 1면 사고를 통해 “우선 경기 양평소재 임야 32만평(105만 9174㎡)에 마라톤전용 훈련코스와 연수원 기념관 등을 건립 운영하고 순차적으로 계획된 사업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8개 시중은행에 `마라톤재단' 이름의 계좌를 만들어 본사와 전국 12개 지사에서 대대적인 모금 활동을 벌였다.
동아일보사는 당시 1차 모금활동을 통해 마련한 39억9천만원으로 재단을 설립했으며, 그뒤 추가 모금액과 이자소득분이 합쳐져 재단의 자산은 99년에 70억원(육상연맹 자료)을 넘어섰다.
1차모금 당시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 당선자, 김대중 민주당 대표 등 정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으며, 정세영 현대그룹 회장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대부분의 재벌기업들도 1억~5억원씩을 기탁했다. 특히 육상연맹은 기업 출연금에 대한 세금 면제를 위해 연맹 이름의 영수증을 발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겨레> 취재결과, 동아일보사가 훈련코스와 연수원 건립 등을 약속한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일대 임야 32만평 부지는 동아일보사의 별도 재단법인인 `동아꿈나무 장학재단'이 지난 89년 매입한 뒤 아직까지 소유권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마라톤재단'이 전용훈련장을 건립한다고 하면서도 8년여 동안 터 매입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이 땅은 재단 설립 당시 농림·준농림지역인데다 시설물 건립이 강력히 제한되는 수질보전특별대책 1권역으로 묶인 상태여서, 동아일보사가 애초 불가능한 사업을 내세워 모금활동을 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동아일보사는 재단 설립 4년여만인 지난 97년 2월 이 부지에 대해 환경부와 양평군 등에 국토이용계획변경을 신청해, 같은해 6월 32만평 가운데 일부인 4만5천여평에 대해서만 준도시지역(시설용지지구)으로 변경허가를 받아냈으나 이후 4년이 가깝도록 마라톤 훈련시설이 설치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육상연맹은 동아일보사쪽에 여러 차례 성금모금 때 약속했던 사업 이행을 촉구했으며, 지난해에는 이 재단의 기금을 넘겨받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규섭 육상연맹 사무국장은 “재단의 설립목적인 `마라톤 육성발전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기회 있을 때마다 항의했다”며 “지난해에는 동아일보 사업국에까지 찾아가 처음으로 1천만원의 지원금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이대원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도 “연맹 안팎에서 `이런 식이라면 기금운영권을 넘겨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지난해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법률문제를 검토한 결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와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동아일보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국세청도 경기도 양평군에 전용훈련장과 관련한 자료를 요청하는 등 `마라톤재단'의 그동안 사업내용을 정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사쪽은 이에 대해 “93년 44억원을 모금해 마라톤대회 지원금 등의 사업비 등으로 쓰고 현재 66억여원이 통장에 그대로 남아있다”며 “유용된 돈은 없다”고 밝혔다. 또 마라톤 훈련장 지연에 대해서는 “사업을 공동추진하던 ㅎ그룹이 96년 부도나고 97년 아이엠에프로 사업추진이 보류됐을 뿐”이라며 “2000년부터 전용훈련장 사업을 본격 재추진해 올 1월 이사회에서 부지매입 계획을 의결하는 등 국민과의 약속대로 추진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특별취재반socie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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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권력] 수질보전권역에 훈련장 “애초 무리한 발상”
동아일보사가 마라톤 전용훈련장 건립을 약속하며 수십억원의 국민성금을 모금하고도 8년째 착공조차 않고 있는 것은, 공익을 생명으로 하는 거대 언론사가 국민과의 약속을 사실상 파기한 것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특히 동아일보사는 애초 대규모 시설 건립이 어려운 자기회사 다른 재단 소유의 땅을 사업부지로 정해, 사업추진 의지에 대한 불신과 함께 의도의 순수성도 의심받고 있다.
◇전용훈련장 건립 지연=동아일보사도 국민모금 당시 신문에 낸 사고에서 “경기도 양평의 임야 32만평에 훈련장을 건립하는 사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며 국민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그러나 동아일보사는 8년이 지나도록 부지를 매입하지도 않은 상태다. `마라톤재단'쪽은 이에 대해 “여러가지 사정으로 지연되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육상계에서는 “이미 물건너 갔다”는 견해가 많다.
▲`꿈나무 마라톤재단' 설립을 위한 국민성금 모금을 알리는 <동아일보> 1면 사고(1993년1월25일자). |
육상연맹의 한 관계자는 “40억원이라는 거금으로 재단을 설립해놓고 8년동안 이자만 늘리면서 아무런 성과도 없었는데 뭘 더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마라톤재단'쪽이 국세청 세무조사가 시작된 올해야 처음으로 훈련장 건립을 사업계획서에 포함시킨 배경도 의문이다.
◇양평 임야 무리한 용도변경=동아일보사가 성금 모금을 시작하면서 수질보전특별대책 1권역으로 묶인 땅에 훈련장을 만들겠다고 공고한 것도 `무리한 발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게다가 이 땅은 동아일보사의 또다른 재단법인인 `동아꿈나무 장학재단' 소유였다.
동아일보사는 지난 97년께부터 이 부지에 대한 규제를 풀기 위해 환경부와 양평군에 여러 차례 `강력한 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평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동아일보사는 애초 9만여평에 대해 변경신청을 냈으나, 환경부가 완강히 거부하자 군수 권한으로 변경이 가능한 4만5천여평으로 규모를 줄였다는 것이다.
◇ 불투명한 기금 조성과 운용=<동아일보>는 지난 99년 3월 `국민은 성금 제대로 쓰이는지 궁금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사회단체들의 성금모금과 사용이 불투명하다”며 “모금은 쉽게 하되 집행은 엄격하게 감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마라톤재단'은 국민성금으로 설립됐는 데도 지금까지 모금 규모와 운영에 대해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감독관청으로서 자산총액과 연간사업비 등을 보고받아온 종로구청 관계자는 “`마라톤재단'이 매년 5억원 가량의 사업비를 사용하면서도 99년 자산이 70억원으로 늘어났다”면서 “하지만 형식적인 보고서만으로는 자세한 경위와 문제점 등에 대해 알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꿈나무장학재단' 활동에 대해서는 거의 해마다 한차례씩 지면을 통해 구체적인 사업내역을 소개해 대조를 보이고 있다.
특별취재반socie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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