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권력] 언론권력,도시계획 바꾸고..지하철도 비켜가고
조선,건물 도로쪽 돌출 ‥2개차로 줄어 도심체증
코리아나호텔 건립때 차관특혜 의혹도
동아, 50.60년대 '세종로광장'계획 이전거부로 무산
“사옥 손 못댄다”시청∼종각 1호선 노선수정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 우뚝선 동아일보사와 옛 조선일보사(현 코리아나 호텔)의 사옥은 과거 언론권력이 `성역'이었음을 상징하고 있다.
광화문에서 서울시청쪽으로 오다보면 오른쪽에 조선일보사가 들어있던 코리아나 호텔이 옆의 다른 건물과 달리 튀어나와 있다.
[사진설명] 서울 세종로에 우뚝솟은 옛 조선일보 사옥(현 코리아나 호텔)과 맞은편의 동아일보 사옥. 코리아나 호텔 앞에서 줄어드는 차선으로 지금까지 200억원 이상의 혼잡비용이 발생했다는 것이 서울시 관계자들의 설명이고, 1970년대 건설된 지하철 1호선은 동아일보 구사옥 때문에 직각에 가까운 곡선으로 설계되는 바람에 비용손실과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별취재반society@hani.co.kr
광화문앞 편도 8차선 교차로는 시간당 평균 1만1388대가 이용하는 반면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세종로네거리의 편도 8차선 교차로는 시간당 1만6800대가 이용한다. 그러나 코리아나 호텔앞부터 편도 6차선으로 줄어드는 바람에 차량은 많아지는 데 차로는 줄어 병목 현상을 피할 수 없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코리아나 호텔 근처에서 차선이 줄면서 교통량이 15%정도 더 정체된다”고 분석했다.
이 건물이 들어서는 과정 역시 언론권력의 `힘'을 느끼게 한다. 방우영 조선일보사 회장은 지난 1997년 발간된 <조선일보와 45년>이란 자서전에서 “1967년 태평로 본사 사옥이 도시계획으로 철거되자 남은 땅에 차관 도입으로 호텔을 짓기로 했는데 20층짜리 건물을 지을 자금은 한푼도 없었다”면서 당시 정주영 현대건설 회장을 찾아가 “신문사 하나 살려 주는 셈잡고 건물을 지어주면 신문을 팔아가며 갚아 나가겠다”고 말해 수락을 받은 일을 털어놓고 있다. 방 회장은 “어려울 때 남을 도와주는 그의 의협심이야말로 기업인의 귀감”이라고 밝혔으나 정 회장이 과연 `의협심'에서 수락했는 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조선일보사는 68년 11월 현재의 코리아나 호텔을 짓기 위해 일본에서 400만달러의 차관을 들여왔다. 당시 국내금리는 26%수준이었으나 차관은 7~8%였던 것으로 알려져 이 또한 “언론사에 대한 특혜였다”는 것이 언론학자들의 평가다.
코리아나 호텔에는 지난 71년부터 84년까지 주택은행 본점이 입주해있었다. 이 은행 고위층을 지낸 한 인사의 전언이다. “은행이 1층에서 7층까지를 매입해서 들어갔는데 얼마 안 있어 신문사쪽에서 호텔 영업상 2층이 필요하다며 8층과 맞바꾸자고 요구해 그렇게 하기로 하고 2층을 내줬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8층을 안 넘겨줘서 사주쪽과도 접촉했으나 결국 안됐다.”
이후 주택은행은 84년 12월 여의도에 본점을 신축해 옮겨갔다. 당시 은행이 호텔쪽에 되판 매매가격에 대해 이 은행 출신의 한 인사는 “시가보다 헐값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으나 당시 은행장이었던 유돈우 전의원은 “공개입찰을 했으나 2번이나 유찰됐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해명했다.
그 맞은편의 동아일보 사옥. 서울시는 1952년 3월 6·25전쟁 통에 폐허가 된 세종로 네거리에 대형 광장(2만1409평)을 만들기로 했었다. 그러나 이 계획선 안에 동아일보사, 국제극장 건물이 포함됐고 동아일보사 등의 요구로 62년 도시계획 때는 이 광장이 절반 크기로 줄어들었으나 결국에는 좌절됐다.
서울시는 동아일보사의 광화문 사옥이 옮겨갈 사옥 부지를 물색해 당시 시소유였던 여의도의 노른자위땅을 넘기면서까지 도시계획을 추진하려 했으나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은 끝내 옮겨가지 않았다.
지난 1971년 서울시 지하철 1호선 설계 당시 서울시청역에서 종각역으로 통하는 노선이 동아일보 사옥 때문에 불가피하게 비켜간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서울시는 종각에서 세종로 네거리를 지나 서울시청 앞으로 오는 노선을 뚫으려면 동아일보사 일부 건물을 헐고 공사를 해야 전동차가 정상적으로 다닐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는 `불도저 시장'이란 별명의 김현옥 시장이 대대적으로 도시계획을 밀어붙인 이후 후임 시장들도 과감하게 도시계획을 집행하던 때였다. 그러나 “건물을 허물 수 없다”고 버티는 동아일보사의 주장을 꺾지 못한채 서울시는 직각에 가까운 곡선으로 지하철을 뚫는 수밖에 없었다. 74년 지하철을 개통했으나 지하철 노선이 정상 궤도를 비켜간 데 따른 경제적 손실은 결국 시민의 부담으로 떠넘겨졌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사 최맹호 경영전략실장은 비공식 반론임을 전제로 “동아일보사 옛 사옥은 1926년 민족의 표현기관으로서 총독부를 감시하자는 취지에서 건립한 건물”이라며 “창간혼이 들어있는 사옥인 만큼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선일보사 코리아나호텔(사장 방용훈)쪽은 비서실에 5차례 전화를 걸어 반론을 요청했으나 응답이 없었다. 이 호텔 이근우 총무부장은 “너무 오래전 일이라 구체적인 경위를 아는 직원이 없어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별취재반socie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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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권력] 동아, 이전약속 헌신짝 새사옥 강행
서울시 심장부인 광화문 주변을 둘러싼 도시계획의 변천사는 언론권력의 `힘'을 드러내주는 좋은 사례다. 그 중에서도 세종로 네거리에 설치될 예정이던 대형광장 건설계획이 물거품이 되는 과정은 주목할 만하다.
[사진설명]서울시 도시계획도면에 나타난 세종로와 태평로. 세종로 교차로의 점선 부분이 서울시가 시민광장으로 계획한 곳인데, 7만700㎡(2만1424평)넓이다. 광화문에서 세종로 교차로까지는 길 폭이 넓으나 태평로에 들어서면 도로가 확연히 좁아진다.
세종로 일대는 일제시대인 지난 1936년 12월 도시계획이 처음 세워져 광화문앞에서 지금의 세종로 네거리까지 폭 53m, 세종로 네거리에서 서울역까지는 폭 34m의 도로를 건설하는 계획이 마련됐다.
이후 52년 3월에는 세종로 네거리까지 폭 100m, 세종로 네거리에서 시청앞까지 폭 50m로 도시계획이 바뀌게 된다. 광장 건설 계획이 처음 세워진 것도 이때다. 반지름 150m, 면적 7만650㎡(2만1409평) 크기의 이 광장은 현재의 서울시청앞 광장(8485평)보다 무려 2.5배나 큰 것이었다.
당시 발표된 세종로네거리 광장 계획은 한국인에 의한 최초의 도시계획으로 불릴 만한 것으로, 한국전쟁으로 시가지가 쑥대밭이 되고 건물도 다 파괴된 상황에서 도로와 광장을 먼저 배치해 균형있는 도시발전을 꾀하고자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광장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토지소유주들로부터 강한 반발이 제기됐다. 결국 62년에는 광장 넓이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으로 계획이 수정됐으나 동아일보사는 여전히 광장 계획선 안에 있었다.
서울시 국장으로 도시계획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62년 새 도시계획이 발표됐지만 동아일보사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70년 창간 50주년을 맞아 광화문에 새 사옥을 만들겠다며 투시도까지 신문에 발표해버렸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동아일보 주필 등을 직접 찾아가 여의도의 장래성을 충분히 설명하면서 여의도 1등급 땅을 주겠다고 간청했다. 국회의사당 들머리, 길 건너에 서울시청 청사 터가 자리잡고 있는 노른자위 땅을 주겠다고 거듭 제안하자 그토록 완강히 버티던 동아일보쪽도 태도가 바뀌었다.”
서울시는 동아일보사가 광화문에서 여의도로 이전하기로 약속함에따라 양택식 당시 서울시장이 직접 박정희 당시 대통령에게 여의도 땅(현 동아일보사 문화센터 땅)을 동아일보사에 팔겠다는 결재를 올렸다고 한다. 매매가는 3689평에 1억9764만여원으로 평당 5만3549원이었다.
그러나 동아일보사는 사옥을 옮기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지난 99년에는 광화문에 지하 5층, 지상 21층, 연면적 2만3215㎡(7035평)의 새사옥을 완공했다.
세종로 거리는 `불도저 시장'으로 불린 김현옥 전 서울시장에 의해 지난 67년께 정비됐고, 서울의 나머지 도로는 지난 66년에서 79년까지 김현옥 양택식 구자춘 시장 시절 모두 계획대로 신설·확장됐다. 그러나 세종로 네거리는 광장도 만들지 못하고, 도로도 제대로 넓히지 못한채 오늘에 이르렀다.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을 지낸 한 인사는 “언론사만 없었다면 이미 광화문~시청앞은 너비 100m 도로에 넓은 시민광장을 갖춘 곳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라며 “70년 이후에도 수차례에 걸쳐 도로 확장, 시민광장 조성 계획을 검토했으나 언론사가 양쪽에 버티고 있어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특별취재반 socie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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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권력] 조선 비켜간 도로 병목 혼잡비용만 연 6억대
서울 광화문앞에서 서울시청쪽으로 차를 타고 가다보면 세종로네거리를 지나면서 편도 8차선이던 도로가 편도 6차선으로 줄어들고 차선 변경을 하느라 분주한 차량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조선일보사가 입주해있는 코리아나 호텔이 버티고 있는 데다 호텔을 이용하는 차량들이 1차로를 점령하고 있어 차량의 흐름이 지체되는 일이 많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한꺼번에 교차로에서 빠져나오는 차들로 혼잡이 극심하다. 서울시가 최근 자체분석한 `광화문 일대 교차로 교통량 분석'에 따르면 세종로 교차로의 서비스 수준은 낙제 수준인 `E'로 평가됐다. 인근 동십자각 교차로는 `C' 광화문교차로는 `F'를 받았다.
코리아나 호텔 앞에서 차선이 줄어들면서 차량의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혼잡 비용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이순신 장군 동상이 서있는 세종로 교차로에서 시청쪽으로 직진하는 차량은 현재 시간당 4345대로 집계된다. 8차로에서 6차로로 도로가 좁아지면 우선 교차로를 통과하는데 차량 1대당 평균 12초가 더 걸린다. 이 12초 동안의 연료 소비량 등 교통 혼잡비용을 산출하면 승용차의 경우 대당 43원이 더 들게 된다. 이곳에 시간당 4345대 하루 5만2천대가 통과하므로 시간으로 계산하면 18만6835원, 일일 223만6천원이 더 들게 되는 셈이다.
차량이 덜 밀리는 공휴일 등을 제외하고 년간 비용(300일 기준)을 산출하면 대략 6억7천만원의 혼잡비용이 발생한다.
세종로가 지난 60년대말 8차로로 정비된 점을 감안해 현재의 비용으로 계산하면 지난 30여년간 서울시민들은 대략 200억원이 넘는 돈을 세종로에 버린 셈이다. 물론 정신적인 고통에 따른 간접비용은 뺀 것이다.
세종로에 시민광장이 들어서고, 서울시가 마음 먹은대로 광화문에서 시청까지 쭉뻗은 도로를 뚫었더라면 낭비하지 않아도 되는 돈을 이 시간에도 계속 도로에 뿌리고 있는 것이다.
특별취재반socie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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