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권력 시리즈를 마치며/ 좌담
사회=두달 여에 걸친 `심층해부 언론권력'의 마무리 좌담이다. 주제는 `언론개혁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다. 평가부터 해보자. 성유보 본부장=<한겨레>가 `침묵의 카르텔'을 과감히 부수고 추악한 면을 보도한 것은 그 자체로 뜻깊다. 앞으로도 언론사의 비리와 부정이 있다면 주저없이 밝혀주기 바란다. 이경숙 대표=족벌언론의 문제점을 널리 알리는 출발점이 됐다. 특히 현재 모습에 국한하지 않고 일제시대부터 꼼꼼히 따진 것은 `역사 바로잡기'의 좋은 사례다. 이수호 위원장=국민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이 기본 권리를 보장할 의무가 있는 것이 언론이다. 역사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 족벌언론이 권력을 장악·유지하기 위해 벌인 추악한 행태를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케 한 계기가 됐다. 사회=더 잘하라는 채찍으로 삼겠다. 언론개혁이 시대적 화두로 분명히 떠오른 계기가 되었지만 정쟁으로 격화되고 있다. 자율-타율 논쟁이 불거지고, 시장쟁탈전이라는 냉소적 시각도 있다.
성=독재체제 시절에 만들어진 제도와 관행을 고치는 것은 일차적으로 시민사회의 몫이다. 족벌신문들이 말하는 `자율개혁론'은 재벌이 `내 돈 내 마음대로 쓰는데 누가 뭐라느냐'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걸 자율개혁론이라는 이름으로 그냥 놔둬서는 개혁이 이루어질 수 없다. 근본적으로 언론개혁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 형성된 제도와 관행을 고치자는 것이다. 타율이란 전두환 정권이 언론을 통폐합시키는 따위의 행동을 뜻한다. 지금의 신문개혁 여론을 `타율개혁'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런 주장은 낡은 법과 제도를 그대로 두자는 주장일 뿐이다. 사회=세무조사나 공정거래위 조사를 놓고 족벌신문들은 `비판적 신문'에 대한 정권 탄압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자신들의 비리가 드러날수록 족벌신문들은 이런 여론몰이를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성=기득권 세력들이 자기 이익에 반하는 정책에 대드는 것을 `비판'이라고 말하는 게 요즘의 모습이다. 족벌신문이 스스로를 `비판 언론'이라고 하는데, 그들의 비판은 비판이 아니라 권력다툼일 뿐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많은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이를 알려야 한다. 이수호=어떻게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또 실제로 진실을 알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최근 언론개혁 여론이 비등하면서 족벌신문이 `교육문제'를 들고 나왔다. 특히 <조선일보>의 `교육개혁'시리즈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이 많다. 그런데 국민이 진실을 잘 알지 못하는 데다, `교육'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다루다 보니까 마치 올바른 비판을 하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언론개혁 흐름에 대한 일종의 저항으로, 정략적으로 교육문제를 들고 나왔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전교조신문>을 포함해 대항언론들이 적극적으로 이들의 왜곡보도를 바로잡고 진실을 알려야 한다. 이경숙=이 정권이 현재의 신문개혁 흐름을 끝까지 제대로 해갈지 알 수 없다. 시민사회가 해야 할 일은 정부가 족벌신문과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갈 수 있도록 비판과 감시를 계속하는 것이다. 사회=문제의 핵심은 언론개혁 여론을 보도해야 할 언론이 바로 그 여론을 왜곡하고 있는 현실에 있다. 이수호=언론권력들의 모습은 알 권리를 보장을 넘어 이를 방해하는 수준이다. 시민사회단체가 앞장서서 국민을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교조 차원에서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미디어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 여러 사설을 비교·비판케 함으로써 올바른 관점을 갖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경숙=언론이 가진 영향력은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을 능가한다. 그런데도 언론을 비판하면 곧바로 반격이 오기 때문에 아무도 비판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언론이 가진 문제가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지금 미디어교육에서 중요한 건 언론의 폐해를 알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수호=일본의 교과서 왜곡을 우리가 자신있게 받아치기 어렵다. 저들에게만 진실을 요구하는가 하는 심정이다. 우리 신문들의 친일행각을 빼버리고 민족지로 둔갑시킨 것은 심각한 왜곡이다. 올바른 민족관을 세우기 위해 빨리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미디어 교육의 도입조차도 언론권력이 반대하고 나설 것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성=거짓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가 되려면 먼저, 거짓을 일삼는 언론부터 개혁해야 한다. 신문이 질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구독강요, 경품 제공 등으로 국민의 선택권을 유린하고 있다. 세무조사 과정을 보면서 놀라운 것은 족벌신문들이 `탈세의 자유가 없으면 언론의 자유가 없다'는 듯이 떠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미디어를 그대로 두고 평면적인 미디어교육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과거의 절대권력을 붕괴시킨 것으로 민주주의가 다 됐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언론권력 때문에 국민이 주인행세를 하지 못하고 주인으로서 현실 판단을 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언론개혁운동은 국민 속에 들어가 국민의 힘으로 해야 성공할 수 있다. 언론개혁운동은 동시에 민주주의 교육운동이기도 하다. 이수호=지금까지 정부는 너무 언론에 기대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제는 의존적 태도를 버리고, 언론개혁에 나서야 한다. 법집행만큼은 확실하게 해서 탈세·불법은 법에 따라 엄격히 단죄해야 한다. 그런 것들이 제대로 되는 가운데 시민들의 운동이 이루어져야 언론개혁에 성공할 수 있다. 사회=언론개혁의 시대적 과제를 어떻게 실천해 나갈 것인지 세 분이 대표하는 부문별로 토론해보자. 이경숙=신문모니터를 철저히 해서 족벌언론의 폐해를 구체적으로 파헤쳐야 한다. 이를 토대로 개혁의 필요성을 알려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방송모니터에 머물렀던 언론운동을 신문모티터로 확대해나가겠다. 성=신문개혁국민행동은 매주 수요일 집회 등 가두행사를 하고 있다. 또 지역별로 본부를 만들고 있다. 분야를 세분해 천주교, 기독교, 대학생, 노동자 등을 대표하는 본부를 따로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해 토론 강연 서명운동 등을 할 생각이다. 부문별 운동은 처음에는 속도가 느려도 가속도가 붙으면 굉장히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만약, 언론개혁에 동참하지 않으면 표를 주지 않겠다는 유권자가 수백만 명만 된다면, 정치권을 압박해 언론개혁 이룰 수 있다고 본다. 이수호=우리는 초창기부터 교육민주화운동을 했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기득권층을 대변해 색깔론으로 몰고 가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조선일보는 교육민주화운동의 저해세력이다. 그들은 지금도 우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사립학교법만 해도 족벌신문들은 재단 편만 들면서 그 내용을 왜곡 폄하하고 있다. 언론과의 싸움은 성명서에 이름이나 올려놓는 수준으로는 안 된다. 조선일보 거부에 서명했으면 진짜 조선일보를 안 봐야 되고 기고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이경숙=서명운동을 인터넷상에서 하는 것도 필요하다. 신문개혁에 동참하는 모든 사이트를 연결해 서명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언론개혁운동의 관건은 대중화다. 그 점에서 방송의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성유보=일부 방송의 경우 대통령의 언론개혁 발언이 있고 난 뒤 신문개혁 문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니까 의심을 받았다. 하지만 신문개혁은 정말 정치권과는 상관없이 공익성의 관점에서 확고하게 밀어붙여야 할 문제다. 이경숙=텔레비전의 신문특집을 보고 적잖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고 있다. 신문개혁프로그램을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사회=한겨레에 바라는 충고말씀 부탁드린다. 성유보=문제제기를 잘한 만큼, 앞으로도 계속 감시·비판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겨레 기자들이 좀더 부지런히 현장을 발로 뛰어주길 바란다. 이수호=한겨레의 언론권력 비판이 설득력을 더 으려면 언론문제 외의 다른 보도에서도 창간정신을 그대로 살려나가야 한다. 그게 바탕이 되면 언론개혁에 대한 국민의 공감도 더 커질 것이다. 정리=고명섭 기자 |
제3부 언론개혁 해법 ⑥시리즈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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