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시장 정상화 위해 공동판매제 도입을
판촉·물류비 줄여 이익증대 효과 소 아무개(60)씨는 지난해 2월 서울 동작구 상도5동으로 이사온 뒤부터 최근까지 `신문과의 전쟁'을 치러야했다. 문앞에 붙인 `사절' 표시가 무색하도록 ㄱ신문 지국은 6개월 동안 소씨의 집에 무가지를 배달했다. 지난해 8월께 지국장이 비누선물셋트를 들고 직접 찾아와 신문 구독을 간청하자, 결국 소씨는 ㄱ신문을 받아보기로 했다. 6개월만에 마음이 바뀐 소씨는 신문을 끊기로 했지만 지국에서는 계약상 1년을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소씨는 “그런 계약서를 본적도 없다”며 “신문이 이렇게 행패를 부릴 줄 몰랐다”고 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와 한국기자협회가 지난해 12월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8.8%가 “신문 구독 강요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신문구독을 조건으로 경품을 받았다”고 답한 응답자는 31.5%였고, 14.9%는 “현재도 무료로 구독하는 신문이 있다”고 했다. 지국 약정서 '노비문서' `신문전쟁', 신문 판촉과 배달을 전담하고 있는 각 지국은 그 최전방에 서도록 내몰리고 있다. 본사의 우월적 지위를 강조한 `약정서'가 지국을 옭아매고 있다. 지국장들은 이 약정서를 서슴없이 `노비문서'라 부른다. ㄴ신문 한 지국을 운영중인 이아무개(42)씨는 한달에 3000여부를 본사에서 받는다. 본사가 정한 이씨가 `팔아야만 하는' 부수다. 하지만 실제로 이씨가 한달에 팔고 있는 신문은 1600부, 나머지 1400부는 무가지로 넣고 있다. 이씨는 “남는 신문을 버리다 걸리면 지국을 포기해야 하는 등 불이익이 돌아와 배달비용을 부담해 가며 무가지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족벌신문 완강한 거부 이씨는 한달에 2200부, 한부당 4000여원씩 신문사에 납입하고 있다. 부당 납입단가는 지국마다 다르고 결정권은 신문사가 가진다. “불공평한 줄은 알지만 그래도 지국을 유지한다는 게 어딥니까?” 이씨는 ㄴ신문 지국을 운영하기 전 6년6개월 동안 ㄷ신문 한 지국을 운영하다 본사가 갑작스레 부당 납입단가를 300원 올리고, 600부를 더 떠안긴 쓰라린 경험이 있다. 3천~6천원짜리 찻잔세트를 돌리며 부수 늘리기에 고심했지만 이씨는 결국 지국을 포기하고 말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최근 전국의 일간신문 지국장 527명을 면접조사한 `신문시장질서 정상화를 위한 신문판매 실태'를 보면, 일간지 지국은 본사로부터 받은 신문 부수 가운데 31.1%를 무료로 뿌려지거나 파지업자에게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서 뒷받침 필요 신문 판매경쟁에서 본사의 `출혈'도 크다. 업계관계자들에 따르면, 본사가 지국으로부터 받는 부당 납입단가는 1천~4천500원 정도다. 하지만 2001년 4월 현재, 32면 신문 한부를 만든는 데 용지와 잉크 값만 한달에 3640여원이 든다. 여기에 지국까지 한부당 한달 배달 비용 350여원을 더하면 3990원이다. 결국 인건비 등까지 계산하면 찍어낼수록 손해인 셈이다. 신문사가 판매에 무리수를 두고 있는 이유는 신문 수입의 광고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국 신문들의 광고수입 의존도가 80~90%를 넘어 선 것은 언론계 안팎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는 일본의 39%와, 프랑스의 47%, 영국의 60%(이상 95년 기준)와 비교해보더라도 심각한 상황이다. 더구나 한국의 광고주들은 광고단가를 판매부수와 직결시키는 관행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하지만 광고주가 합리적 광고정책을 세우는 데 기본이되는 신문판매부수조차 정확히 나와있지 않는 게 우리 신문시장의 현실이다. 신문부수공사(ABC)제도는 지국이 독자로부터 구독료를 받는 부수를 유료부수로 계산하는 것이다. 왜곡된 신문시장을 개선하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신문공동판매제'를 제안하고 있다. 지국부수·납입금 본사 맘대로 전북대 김승수 교수(신문방송학)는 “신문공동판매회사 설립이 왜곡된 시장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의 활성화를 위한 정부 보조도 필요하다”며 “이 회사가 특정 자본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신문사는 물론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출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판매시장을 정상화할 뿐만 아니라 독자선택권을 보장해줄 수 있는 신문공동판매제에 대해 언론권력들은 논의 자체마저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군사독재시절 확립한 전국적 판매조직망의 기득권 유지를 잃지 않으려는 속셈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신문사들은 신문공동판매제를 통해 실제 유료부수가 드러나 광고수익이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문공동판매제의 대안 또는 전단계로 지국의 판촉·배달기능 가운데 배달만 떼어내 공동배달회사에게 위탁하는 공동배달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세종대 허행량 교수(신문방송학)는 최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공동배달제를 실시할 경우, <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가 참여하지 않더라도 신문사들의 판매 영업이익은 87%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경향신문><국민일보><대한매일><문화일보><세계일보><한겨레>는 최근 미디어경영연구소에 서울 강남 일부지역에서 공동배달제를 실시할 경우 비용과 수익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는 등 공동배달제의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다. 신문시장을 정상화하는 데는 정부의 몫도 크다. 최근 이른바 `족벌신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년6개월만에 △경품 포함 무가지 비율을 유가지의 20%안으로 제한 △7일 이상 강제 투입 규제 △지국당 차별적인 부당단가 할인 금지 등을 뼈대로 한 신문고시가 부활됐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신문공정판매총연합회 등은 “혼탁한 신문시장을 정상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며 환영했다. 그러나 가장 기초적인 판매정상화 방안인 신문고시에 대해서도 언론권력들은 사실관계까지 왜곡하며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한림대 정연구 교수(신문방송학)는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해 신문공동판매 외에도 △법인세법 개정을 통해 신문의 판매부대비용과 광고선전비의 한도 지정 △부가가치세법을 개정해 신문판매부문의 제반거래가 과세 신고대상이 되도록 지정 △소비자 보호법 시행령에 신문 사업에 대한 소비자 피해보상기구 설치 의무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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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판매시장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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