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개혁에 나서야"
정작 기사는 "반대"…내부비판도 침묵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이 지난 2월 전국의 신문·방송·잡지 기자 37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언론개혁과 조세평등 차원에서 세무조사를 찬성한다'는 의견이 75.4%에 이르렀다. 반면 `언론개혁과 무관하고 정치적 의도가 있어 반대한다'는 의견은 19.0%에 그쳤다. `정기간행물 등록 등에 관한 법률(정간법)'의 개정 필요성에는 93.4%가 동의했고 신문판매부수공사(ABC) 가입 찬성자도 88.4%였다. 언론노조가 지난달 전국 79개 언론사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중앙위원 1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언론개혁에 대한 요구가 더 높았다. `정부가 세무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거나 정간법을 개정하지 않을 경우 총파업 투쟁을 벌이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질문에 59.2%가 찬성했으며 20.4%는 부분파업이 좋다고 답했다. 준법투쟁이 좋다는 의견은 18.4%, 타당하지 않다는 응답은 2%에 지나지 않았다. 이처럼 언론사 구성원들의 대다수가 언론개혁을 지지하고 있음에도 언론계 내부에서 언론개혁과 관련한 움직임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지면을 보면 세무조사와 신문고시 등에 대해 반대하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족벌신문 기자들이 회사의 논리에 매몰돼 있거나 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에는 자사 이기주의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최문순 언론노조 위원장의 진단이다. 각 신문사 노동조합의 공식적인 목소리를 담은 노보나 기자들의 말에서는 이런 경향이 묻어난다. 그러나 신문사별로 미묘한 차이가 나타나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조선일보사 노조의 노보는 3월23일치에서 노조가 국세청의 평기자 자료제출 요구에 격분해 22일 대의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성명서를 채택했다는 기사를 실은 외에는 언론개혁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대부분의 조선일보 기자들은 현재 일고 있는 언론개혁 논의에 비판적인 시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조선일보 기자는 “최근 사태는 정부가 자신에 비판적인 유력 신문들을 약화시키려고 하는데 시민단체와 일부 언론까지 이에 가세해 몰아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조선일보 기자는 “기자들 사이에 언론개혁 문제와 관련해 많은 이야기를 하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각자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 잘 모르겠고 조금씩은 생각들이 다르겠지만, 상당수가 언론개혁을 명분으로 진행되는 최근 일련의 사태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중앙일보사 노조의 4월3일치 노보는 `이젠 제 목소리를 낼 때다-언론개혁 관련 보도에 붙여'라는 제목으로 언론개혁과 관련한 중앙일보의 입장을 정리해 미디어면 등에 적극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 글은 언론사 구성원들 사이에 자사 이기주의가 깊숙이 뿌리내린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노보는 <한겨레>의 언론권력 시리즈 이후 조선·동아일보사와의 공방에 대해 “사태 초기 우리는 이런 진흙탕 싸움에 굳이 끼어들 이유도 필요도 없다고 판단했다”고 썼다. “조선·동아가 타격을 받고 우리는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노보는 이어 “그러나 지금…(중략)…신문개혁과 관련해 국민들의 입에서 조선과 한겨레는 연일 오르내리지만 중앙은 논외의 대상”이라며 “독자의 관심과 화제에서 밀려날 때 신문의 영향력은 비례적으로 추락한다”고 우려했다. 이는 “중앙일보가 그동안 일련의 사태에 소극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중앙일보 기자는 “기자들 사이에 `세무조사가 어떻게 돼가는거냐' 등 피상적 얘기 외에 언론개혁 등과 관련해서는 별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동아일보사 노조의 노보는 현재의 언론개혁 움직임에 대해 부정적이면서도 자기 반성을 촉구해 눈길을 끈다. 3월26일치 노보는 `한겨레식 언론개혁 유감'이라는 제목 아래 지하철 노선 변경 등 동아일보 관련 보도 상당수가 사실과 다르다며, “<한겨레>를 탓하기 전 우리는 얼마나 공정하고 정확하며 심층적이고 신뢰받을 만한 기사를 쓰고 있느냐는 점에서 스스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보는 “언론개혁에 정치적 의도가 개입돼 있다고 보는 시각에도 일정한 근거가 있는 듯 하다”며 “또 언론개혁이 동아와 조선 중앙 등 3개 유력지에 대한 방송과 다른 신문들의 공격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점도 회사쪽은 우려하고 있는 듯 하다”고 조심스럽게 현재의 사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그러나 노보는 “하지만 노조에서는 이런 우려와, 동아일보가 과연 독자의 기대를 부응할 만큼 공정성과 정확성과 심층성 그리고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느냐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파악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동아일보사 노조는 이에 따라 노조 홈페이지에 사이버토론방을 개설해 동아일보가 독자들로부터 신뢰받는 신문이 되기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방송의 경우 <문화방송>이 3년전부터 꾸준히 보도와 토론 프로그램 등을 통해 언론개혁과 관련한 문제를 많이 다루고 있는 반면 <한국방송>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방송의 한 중견 프로듀서는 “3년 전 박권상 사장이 취임한 직후 <조선일보>를 다룬 프로그램이 무산되면서 방송사 내부에서 언론개혁 프로그램을 제작하려는 분위기가 사실상 사라졌다”며 고위 경영진의 의지부족을 지적했다. 공영방송과 달리 신문권력처럼 사주가 지배하는 <에스비에스>는 언론개혁 의제에 더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 언론계 내부에서 보이는 움직임은 지난 6일 `언론개혁을 위한 100인모임'의 발족이다. 언론노조와 기자협회 등 언론 관련 단체, 시민단체 관계자, 언론학자들이 결성한 이 모임은 발족문에서 “대부분의 한국 언론은 권력이나 자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또는 기업으로서의 생존과 매체의 이익 등 집단이기주의에 매몰돼 스스로를 개혁할 입장에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며 “궁극적으로는 각성된 개인의 노력이 우리 사회를 개혁할 수 있다는 소박한 믿음 아래 언론개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는 <경향신문> 박인규 미디어팀장은 “현 상황에서는 외부의 자극이 없는 한 언론계 내부에서 자발적인 개혁 움직임이 나타나기 힘든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언론인들이 변하지 않는 한 언론이 변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언론인들이 개혁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계 안팎에서 동아일보사 노조의 자성 움직임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언론노조의 한 관계자는 “뜻있는 기자들마저 침묵하는 오늘의 현실은 그만큼 언론이 신문사주들로부터 철저히 구속받고 있다는 증거”라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언론인운동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시민사회단체의 정간법 개정 운동이 더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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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언론인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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