⑩1부를 마치며

[언론권력] “역풍뚫고 꿋꿋이 비판 계속해야”

'심층해부 언론권력'에 대해 독자들의 호응이 뜨거웠던 한편, 일부에선 '권언유착'이니 '처첩경쟁'이니 하는 낯뜨거운 막말도 나왔다. 1부를 마무리하면서 연재기사에 대한 편가를 최문순 전국언론노조위원장과 최진용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장,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에게서 들었다. 좌담은 19일 오전 한겨레신문사 6층 회의실에서 열렸고, 사회는 손석춘 여론매체부장이 맡았다.
사진 왼쪽부터 최진용씨 최문순씨 최민희씨.


사회= `언론권력-심층 해부' 1부 연재가 끝났다. 언론계 안팎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특별취재반의 보도들에 대해 먼저 독자와 현장 언론인 시각에서 매서운 평가부터 해달라.


최민희=시민언론운동 단체들은 이전부터 꾸준히 언론개혁을 이야기해왔다. 최근 언론개혁이 사회적 쟁점이 되자 그동안 사회적 반향도 없이 외롭게 싸워온 민언련 회원들은 반기고 있다. 언론개혁이 본질에서 벗어난 정쟁의 대상으로 변질돼 불만이었는데 한겨레 연재이후 시민단체의 시각도 어느 정도 정리됐다. 한겨레 기사를 통해 이제껏 접할 수 없었던 정보들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것은 큰 성과다. 비판의 무풍지대에 있던 언론권력이 스스로 반성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최문순= 최초의 본격적인 족벌언론 비판·해부란 의미가 있다. 그동안 산발적이고 간헐적으로 언론권력의 폐해나 실상을 지적하긴 했지만, 이렇게 숨겨진 언론권력의 실체를 드러내긴 처음이다. 언론계 주변에서 떠돌던 이야기가 취재를 통한 확인과정을 거쳐 활자화됐다. 최근 한겨레가 정체성을 잃고 여러 신문사 중의 하나로 치부될 때도 있었는데, 이번 연재 기사는 한겨레가 `언론 중의 언론'이란 창간 정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사회적 의제 부각 큰성과


최진용= 기사를 읽고 왜 언론권력이라고 하는지 실감했다. 이번 기사는 만시지탄의 감이 든다. 왜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우리사회가 언론권력에 대해 침묵했는가, 한겨레도 왜 이제야 언론권력 이야기를 하는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측면에서 언론권력 기사는 늦었지만 바람직하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무시당해온 언론개혁 문제가 최우선 사회적 의제로 등장해 무척 반갑다.


사회= 과분한 평가에 감사드린다. 반면 언론계 내부에서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가령 한겨레와 언론권력의 대립을 싸잡아 `진흙탕 싸움' `헐뜯기 싸움' 으로 몰아 세우기도 한다.


최문순= 일부 언론의 진흙땅 싸움 등의 기사는 어떤 사안에 대해 옳고 그름을 제대로 가리지 않고 본질을 흐리는 전형적 `물타기 보도'이다. 가령 두 사람이 싸울때 싸우는 둘 다 나쁘고 자기는 전지전능하고 도덕적 우위에 서는 것으로 행동한다. 이런 태도는 노사 관계나 여야 정쟁 보도에서 드러난다. 모두가 아는 비리나 잘못을 누군가 공감있게 지적하면 언론은 자신이 하지 못한 일을 용기있게 한 그 사람에게 도덕적 열등감에 사로잡힌다. 이런 열등감 때문에 그 사람을 비난하는 일이 있는데, 한겨레 보도를 `진흙탕 개싸움' 정도로 보도하는 것도 이런 탓이다


최진용= 한나라당 의원이 한겨레와 대한매일이 정부의 환심을 얻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며 `처첩 싸움'라고 매도했다. 이는 한마디로 본질을 회피하는 일이다. 언론 권력도 권력이기에 견제되어야 한다. 설령 진흙탕 싸움을 해서라도 만천하에 공개하고 시정할 것은 시정해야 한다. 한쪽에서 진흙탕이고 처첩이라고 욕하더라도 언론권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은 누군가 해야 할 일이다. 의연하게 한겨레가 그 일을 해주었으면 한다.


최민희= 시민단체에서 모니터를 해보면 양시·양비론식의 보도가 너무 많다. 양비론에 빠지면 잘잘못을 가리는 능력은 잃게 된다. 일부에서 말하는 진흙탕 싸움의 관건은 역설이지만 한겨레에 달렸다. 만약 한겨레가 그런 비난을 의식해 미적거리거나 타협한다면 진짜 진흙탕 싸움 밖에 되지 않는다. 앞으로 2·3부에서 한겨레가 더 분발해 원칙에 입각해 보도해나가야 한다.
사회= 언론권력 기획 의도 가운데 하나는 언론개혁이 정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한겨레 보도를 권언유착이라고 몰아 정쟁이 더 깊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


최진용= 권언유착이란 비판의 빌미는 애초 집권세력이 줬다. 집권 초기 언론개혁에 나섰어야 했는데 대충 그냥 넘어가려다 재야, 시민단체의 압력을 받고 뒤늦게 세무조사를 했다. 이러니 모든 일을 색안경 끼고 보는 쪽에선 권언유착이란 주장이 나온 것이다. 그동안 언론개혁운동을 펴온 시민단체 등에게 권언유착이란 말이 되지 않는다. 개혁 세력은 비판에 위축되지 말고 갈길을 가야 한다.


최민희= 한나라당이 권언유착이라고 매도하는 이유는 과거 자신들이 그런 행태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자기들이 매사를 그런 식으로 보고 풀어온 것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옳은 일을 하다 그런 비판을 받지만 진실은 나중에 밝혀지리라고 믿는다.



이회창-족벌언론 연대 ‘착각’


최문순= 따지고 보면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야 말로 수구언론의 피해자이다. 김영삼 정권때 한완상 씨 등에 대한 수구언론의 공격을 생각해 보라. 이런 한나라당이 권언유착 운운하며 언론 재벌의 하수인 노릇을 자임하니 어이가 없다. 이는 정당정치를 패거리 정치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이회창 총재는 이런 대응이 내년 대통령 선거에 득이 될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은데, 만약 족벌언론과 연대해 대통령 될 생각을 한다면 큰 착각이다. 족벌 언론의 하수인을 자임한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이 되는가. 한나라당의 이성적 판단을 촉구한다.


사회= <월간조선>이 보도한 안기부 문건은 언론권력 연재가 진행될 때 월간조선쪽이 공세를 펴는 차원에서 문의해온 것이다. 최근 부쩍 언론 자유를 주장하는 언론권력들이 신문사를 탄압하겠다는 안기부 문건에 대해 한마디 말도 없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최민희= 조선일보가 겉으론 태연한 척하지만 한겨레 보도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남북화해 분위기가 진전되자 초조감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닐까. 안기부 문건은 특정 신문사를 탄압하기 위해 공작을 기획한 것인데, 월간조선은 안기부를 비판하지 않고 `한겨레가 로동신문 서울지국'이란 선정적인 제목을 달았다. 아무리 진흙탕 싸움이라고 하지만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양식도 없다.


최문순= `화석화되어 있다'는 말로 표현하고 싶다. 조선일보가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시대에서 너무 잘 나가 흘러간 그 체제에 과잉적응해 있다. 바뀐 현실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일종의 문화적 지체 현상에 빠져 있어 옛 기준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려 한다.


사회= 신문들이 한겨레가 보도한 `언론권력'의 탈세·비리·특혜 등을 보도하지 않는 것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방송마저 외면하거나 왜곡하는 것은 어떤 이유인가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많다.


최민희= 문화방송은 한겨레-조선-동아의 대립이 진흙탕 싸움이고 자기들 이익때문에 싸우는 식으로 보도했다. 무척 당혹스러웠다. 이 보도는 문화방송이 <100분 토론> <피디수첩> 등을 통해 언론개혁에 기여하고 있다고 그동안 받아온 호평을 한꺼번에 까먹었다. 반면 한국방송공사는 아예 이 문제를 언급조차 않고 있다. 정치권의 눈치만 보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에스비에스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최진용= 방송개혁이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섣불리 신문개혁 문제에 나서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다. 방송은 기본적으로 신문에 컴플렉스가 있다. 방송의 파급 효과가 워낙 커서 언론개혁이 대해 많이 이야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지만 실제로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신문과 방송이 상호비판을 통한 발전에 적극 나서야 한다. 방송의 신문 비판은 아직 시작단계이고, 진흙탕 싸움이란 비난을 받더라도 해야 한다.


최민희= 내눈에 띠끌이 있어서 남을 비판하지 못한다는 논리는 궁색하다. 방송이 야무지게 마음먹고 확실하게 비판하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최문순= 한나라당의 물타기 전략이 성공해 여야 정쟁으로 변질돼 어느 한쪽을 편들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대립은 진보와 보수의 대결, 지역대결 등의 대립구도가 아니라 진실과 거짓의 대립이다. 솔직히 말해서 한나라당이 저렇게까지 무식하게 나올 지 몰랐다.



시민단체 본격운동 나설 것


사회= 언론개혁은 대중적 확산이 관건이다. 시민단체, 언론노조, 피디연합회는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갈 생각인지 터놓고 이야기해보자.


최민희= 허위적인 음모론을 극복하기위해 시민단체들의 도덕성을 확실하게 다지고 언론개혁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생각이다. 그 뒤 모든 부담을 감수하겠다. 어떤 사안에 대해 성명서를 내면 너무 친정부적으로 비친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할 일은 하고 비난을 감수하겠다고 결론 내렸다.


최진용=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이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본격적인 매체비평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빠르면 봄 개편때 방송사들이 편성할 수 있도록 요구할 생각이다. 방송이 신문을 비평하면 신문도 방송에 대해 더욱 활발한 비평이 이뤄질 것이다.


최문순= 곧 신문개혁을 위한 대중운동조직인 신문개혁국민행동이 뜬다. 토론은 그만하고 행동으로 나서자는 것이다. 신문개혁국민행동에 현업 언론인과 시민단체가 같이 모이는 것은 운동사 차원에서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최민희= 조-중-동의 경우 노조는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한겨레에 보도된 조선일보 내부의 양심적 기자 목소리처럼 족벌언론 안의 뜻있는 기자들이 개혁의 원동력이 될 수 없는가.


최문순= 대다수 기자들이 사주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사주에 대한 비판을 불쾌하게 보고 있다. 개혁운동이 확산돼 사주의 영향력이 약화될 때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사회= 언론권력 심층해부 2, 3부가 곧 시작될 예정이다. 도움말을 부탁드린다.


최진용= 싸움을 하다 보면 객관적인 실체, 사실이 손상될 우려가 있다. 진실을 밝혀달라. 한겨레가 이번만큼은 독자와 국민들에게 밝힐 것은 밝힌다는 자세로 임하길 바란다. 그러다 보면 항간에 떠도는 음모론 따위는 없어질 것이다.


최문순= 미국 등 외국의 예를 보면, 가족신문의 경우라도 중간에 주인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길게보면 언론개혁이 당사자인 신문들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강조해주었으면 한다.


최민희= 언론권력 보도를 보며 `한겨레가 할 일을 하는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용기를 갖고 잘해라, 부디 한겨레의 존재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달라.


정리 권혁철 기자


http://www.hani.co.kr/section-005000000/2001/005000000200103191930042.html


[언론권력] 시민단체 '신문개혁 국민행동'발족

“시민과 손잡고 언론개혁 고삐를” 

각계 '언론권력 시리즈'성원 잇따라 



`언론권력을 넘어 언론개혁으로'


지난 5일부터 계속되고 있는 <한겨레>의 `심층해부, 언론권력' 시리즈에 대해 각계 원로와 유력 인사들의 지지와 성원이 잇따르고 있다.


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민주노총 한국노총 4월혁명회 등 57개 단체로 구성된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언론권력의 개혁을 위해 대중운동조직인 `신문개혁국민행동'을 발족하기로 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수호씨, 함세웅씨, 강원룡씨, 윤경빈씨, 박상증씨, 단병호씨.


각계원로들은 19일 “`색깔론'과 `권언유착설'을 퍼뜨리는 수구세력의 치졸한 반발을 넘어, 언론개혁을 향한 <한겨레>의 노력이 흔들림없이 계속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크리스챤 아카데미 이사장인 강원룡 목사는 “지금의 언론은 세습되는 족벌언론일 뿐만 아니라, 편집이 경영을 대변하는 쪽으로 치우쳐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한겨레>가 제기한 족벌언론의 문제에 공감하는 만큼, 계속해 언론의 제자리 찾기를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경빈 광복회 회장도 “언론이 스스로를 `특권집단'으로 여기는 생각을 버리고, 국민을 위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되찾아야 한다”며 “정부는 <한겨레> 보도를 통해 밝혀진 족벌언론사들의 각종 비위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그에 따른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증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근거없는 `권언유착설'과 구태의연한 `색깔론' 등 일부의 유치한 대응이 돌출하고 있지만, 예상됐던 반응”이라며 “흔들리지 말고 국민적 성원을 토대로 언론권력의 치부를 계속 밝히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개혁을 위한 적당한 시기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이 적기”라고 덧붙였다.


특히 원로들은 이번 기회에 언론개혁을 위한 각계 각층의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수석부의장인 청화스님은 “군사독재 시절 권력과 유착했던 족벌언론에 대해 <한겨레>가 용기있게 칼을 들이댄 것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며 “그간 각 분야에서 개혁과 민주화가 이뤄졌으나 족벌언론만은 `성역'으로 남아있었으므로 이제 양심세력이 총결집해 언론이 본래의 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만길 상지대 총장도 “우리나라 언론 대부분이 지난 30여년 동안 군사정권과 유착해왔다”며 “이제는 국민이 스스로 민주시대에 걸맞는 언론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언론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족벌언론의 가장 큰 피해자는 노동자들”이라며 “명확한 원칙을 갖고 <한겨레>가 지향하는 언론개혁을 이뤄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수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족벌언론에 반대하는 국민적 의지가 <한겨레>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며 “이젠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힘을 모을 때”라고 말했다.


함세웅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고문도 “언론개혁의 물결을 확산시키기 위해, 종교계도 나서 올바른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 널리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상임대표 김동민·문규현 등)는 이날 “신문개혁을 위한 대중운동조직인 신문개혁국민행동을 곧 발족할 예정”이라며 “허위적인 음모론을 극복하기 위해 시민단체들이 모두 함께 언론개혁에 나설 때”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는 19일 <월간조선> 4월호에 실린 ‘한겨레신문 종합분석 입수’ 기사와 관련한 성명을 내어 “문민정부를 내세웠던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언론공작 시도가 있었다는데 대해 경악한다”며 관련자 처벌을 촉구했다. 시민연대는 또 “<월간조선>은 안기부의 언론공작에 대한 비판이나 검증은커녕 대단한 ‘특종’이라도 한 듯 이 문건을 소개하며 <한겨레> 공격용 카드로 둔갑시켰다”며 조선일보사를 비판했다.


한편,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최문순)는 21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근거없이 <한겨레>의 언론개혁 관련 보도를 ‘권언유착’이라고 비방한 한나라당 성명에 대해 항의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이수범 안수찬 정인환 석진환 기자


http://www.hani.co.kr/section-005000000/2001/00500000020010319184903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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