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北이 원하는 것은 핵도 미사일도 아닌 백성 먹여살리는 것"





"대북전단지 살포 방치땐 관계 회복 몇년 걸릴지 몰라"

김대중 전 대통령은 13일 동교동 자택에서 본보 이준희 편집국장과 특별회견을 가졌다. 바로 전날 북한이 육로통행 제한, 남북 직통전화 단절, 북핵 시료채취 거부 등 대남 강경조치를 쏟아내 이날 회견은 시의적절하고 의미가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의 북미관계 해법 등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논란에 대해서도 명쾌한 해법을 내놓았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지금 남북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느냐, 대화와 화해로 나가느냐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6ㆍ15, 10ㆍ4선언과 개성공단 기숙사 건설, 금강산 관광 재개, 대북 전단지 살포 문제 등에 대해 정부가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담=이준희 편집국장, 이영성 부국장 겸 정치부장

_남북관계가 꽉 막혀 있습니다. 북한은 12일 육로통행 차단 경고, 북핵 시료채취 거부, 남북 직통전화 단절 등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현 국면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어제 상황을 보고 상당히 걱정하고 있습니다.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 흐름에 제동을 걸려면 풍선 날리는 것(대북 전단지 살포)을 그만둬야 합니다. 그건 우리 생각 이상으로 북한에 충격과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북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신과 같은 존재인데 모욕적인 말을 풍선으로 날려 보내면 북한 사회에 얼마나 충격이 크겠어요. 이건 감정 문제인 만큼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으려면 중단시켜야 합니다. 상호비방 금지를 남북당국 간 합의했으면 민간도 지켜야 합니다. 정부가 고압가스관리법 등으로 통제할 권한이 있습니다. 이게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느냐, 아니냐는 시금석입니다."

_6ㆍ15, 10ㆍ4 선언의 이행 문제도 현안으로 부각됐습니다.
"어느 정권이든 전 정권의 조약을 지키는 것 아닙니까. 두 선언은 남북 정상이 처음으로 서명한 선언입니다. 정권을 인수해놓고 이것만 인수하지 않으려면 안 되지요. 북한은 6ㆍ15와 10ㆍ4 선언을 인정하면 대화를 하겠다는 것인데 정부는 대답을 안 하더군요. 7ㆍ4 공동성명, 남북 기본합의서 등과 함께 존중한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려 합니다. 문제는 6ㆍ15와 10ㆍ4를 지키겠느냐 아니냐 하는 것입니다. 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_개성공단 사업도 위기에 처했는데 대책은 없을까요.

"개성공단에 필요한 노동자는 장차 35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지금 입주한 한 공장에 북측 노동자 900명이 필요한데 250명밖에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 합니다. 개성 주변의 노동자가 대부분 고용돼 통근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이제 개성공단에 기숙사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가 이미 합의한 기숙사건설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어요.

정부가 6ㆍ15와 10ㆍ4 선언, 개성공단 기숙사 문제,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그리고 풍선 문제에 대해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해요."

_북한도 잘못된 전략을 쓰고 있는 측면이 있지 않습니까.

"북측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한 것은 잘못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중요한 줄 알면 남쪽 대통령도 중요한 줄 알아야 합니다. 북이 너무 거칠게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보도까지도 일일이 시비를 거는데 남한에서는 정부가 신문을 통제할 수 없다는 걸 알 때가 지났는데도 문제 삼는 것은 잘못됐지요."

_북한은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대화를 하는 식으로 게임을 하려는 것은 아닌지요.

"그게 가능하겠어요. 오바마 당선자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봅니다. 나도 그 쪽 사람들을 조금 아는데 북핵을 해결해야 국교 정상화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남한을 배제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럴수록 한국과 협력하겠다는 게 오바마 당선자 측 얘기입니다. 북한이 통미봉남(通美封南)을 해봤자 전혀 통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안되지요. 과거 쓰라린 경험이 있지 않습니까. 1994년 김영삼 정부는 "핵을 가진 자와는 손을 잡지 않겠다"고 했고, 북은 "좋다, 손 잡지 말자"고 맞섰지요. 우리는 북미 제네바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뒷자리에도 앉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수로 제공 합의가 이뤄졌고, 총 43억 달러의 비용 중 7할을 부담하게 됐어요. 말 한 마디도 못하면서 돈은 대고, 특히 돈은 모두 미국을 줘서 미국이 관리했습니다.

북미관계는 북미관계로 끝나는 게 아니고 동북아 평화안보체제로 이어지게 돼있습니다. 북한을 외면하면 우리만 외톨이가 될 가능성도 있어요. 강경노선이 우리 생각대로 이익을 가져온 게 아니에요. 우리가 6자회담에서 말발이 통하려면 북한과 말발이 통해야 합니다. 현 상황은 참 잘못된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비핵ㆍ개방ㆍ3000'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포기할 줄 알았는데 포기를 안하더군요. '비핵ㆍ개방ㆍ3000'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도와주겠다는 것인데 그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6년이나 썼던 정책입니다. 악을 행한 자와는 대화도 안하고 보상도 없고, 대신 핵을 포기하면 보상도 하고 대화를 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실패했습니다. 그 결과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요원들을 추방하고, 클린턴 행정부 시절 중지 선언을 한 장거리 미사일을 다시 발사하고, 핵실험까지 했어요. 그러니 부시 대통령도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전쟁을 하자니 전쟁할 능력은 없고, 경제봉쇄도 힘들고 그러다 보니 결국 대화로 주고 받는 협상에 나선 것입니다. 진작 그렇게 했으면 북한이 핵실험도 하지 않았을 것 아닙니까. 3000이라는 표현도 그래요. 같은 말이면 경제지원이라고 해야지, 10년 후에 우리는 3만 달러도 넘을 텐데 3,000달러가 되도록 한다니 북이 모욕을 느끼지 않겠어요. 외교에서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_지금 남북관계에서 김 전 대통령의 지혜와 경륜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있습니다. 정부가 요청한다면 특사로 방북할 의사는 있으신지요.

"이렇게 여러분에게 말하고 정부에 권고하는 선이 내가 할 일입니다. 정치적 뿌리가 다르지만 이 정부가 잘 하기를 정말 바라고 있습니다. 세계가 무슨 빅뱅이 일어날지 모를 상태이니 걱정이 됩니다. 이 대통령이 잘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민족문제, 통일문제를 어떻게 하겠다, 김 위원장과는 어떻게 하겠다는 큰 아이디어가 있어야 합니다때론 망원경과 같이 멀리 넓게 내다보고 때론 현미경처럼 가까이 깊게 들여다봐야 합니다. 이명박 5년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이냐, 4대 강국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이냐, 동북아 평화와 안보협력에서 어떤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냐 하는 아이디어를 가져야 합니다. 이런 점을 개성공단 문제와 연결해서 풀어가야 합니다. 앞으로의 문제만 생각하는 것도 안 되고 오늘 문제만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어떻게 북한과 잘 지낼 것이냐, 북한도 잘 되고 우리도 잘 되는 길은 없나, 미국을 어떻게 달래 남북한과 미국 관계를 잘 운영해 나가느냐 같은 큰 생각을 가져야 하고, 세부적으로는 당장에 풍선 날리기를 중지시켜야 합니다. 여기서 파탄이 나면 회복에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릅니다."

(김 전 대통령은 질문을 하려는데 말을 끊고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어요. 그 동안 남쪽에서 퍼주기, 퍼주기 하는데 어째서 퍼주기인가요. 북에 쌀 주고 비료를 준 것은 사실인데, 그건 김영삼 정부 때도 했어요. 한 번 생각해봅시다. 개성은 이북 땅이고 서울을 공격하는 축선 상에 있는 최전방 지역입니다. 김 위원장은 3개 여단과 장사포를 다 밀어내고 개성공단에 내주었습니다. 우리가 만약 문산을 내줬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금강산 관광도 장전항 해군기지가 있던 곳에 북한 해군의 반대를 누르고 우리에게 내준 것입니다. 그런데도 퍼주기라고 할 수 있나요.

앞으로도 북한과 경제협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북한은 가난하지만 경제적 잠재력은 아주 큽니다. 북의 지하자원은 중석 마그네사이트 동 금 석탄 등 엄청납니다. 세계가 군침을 흘리고 있어요. 세계 관광객들이 아프리카 오지까지 가보았지만 북한은 못 가봤기 때문에 관광자원도 많습니다. 금강산 묘향산 백두산 평양 개성이 있어요. 우리가 손잡고 지하자원을 개발하면 얼마나 덕을 봅니까.

노무현 대통령 때도 (10ㆍ4 선언으로) 해주니 원산이니 얼마나 많이 얻어왔습니까. 북한이 다 주지 않았습니까. 퍼주기가 아니라 퍼온 것입니다. 그런 것을 뒤집어씌워 마치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공산당과 무슨 특별한 인연이 있어 퍼준 것이라고 하는데 현실과 맞지 않는 얘기입니다. 북한은 내놓을 것을 내놓았어요. 그러니 우리도 약속대로 개성공단에 기숙사를 지어주고, 금강산관광 다시 부활시키고, 풍선 날리기를 그만 둬야 합니다.

"미국이 준 쌀을 우리가 주지 않는 게 말이 됩니까. 쌀 주고 비료 줘서 우리가 북한을 얼마나 변화시켰어요. 북한 사람들이 우리를 원수로 알았지만 남쪽의 군 통수권자가 가서 화해 협력 발언을 하고, 남쪽의 쌀 포대와 비료 포대가 가니 북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어요. 남쪽에 대한 증오심, 기회만 있으면 삼키겠다는 게 바뀌고 그래서 이만큼 긴장이 완화됐어요. 과거 판문점에서 총만 쏘면 문제가 됐는데 이제는 핵실험을 해도 가만히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금강산에 183만 명이나 가니 북한에 대한 면역성도 생겼어요. 이렇게 된 것을 두고 퍼주기라고 하면 되겠습니까."

_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북한의 급변사태가 마냥 멀리 있는 상황만은 아닌 듯 한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요.

"김 위원장 건강 상황은 정확히 모릅니다. 다만 좋지 않은 것만은 틀림 없고, 일을 못할 정도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통치가 흔들리고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이 대목에서 생각할 점이 있어요. 과거에 우리는 김일성 주석만 죽으면 통일된다고 얼마나 노래를 불렀습니까. 그러나 김 주석이 죽고도 통일은 되지 않았잖아요. 북한은 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을 겪으면서도 유지됐어요. 북한의 힘을 과소평가한 것입니다. 북한의 행정부, 입법부, 군대, 당까지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김 주석과 김 위원장이 키운 사람입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어떻게 됐다고 들고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김 위원장이 지금까지 남북정상회담도 2번이나 하고 북한 땅도 내놓고 많은 것을 하지 않았습니까. 김 위원장이 있는 게 군부 독재가 들어서는 것보다 낫습니다. 그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얼마나 간절히 열망하는지 제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습니다. (급변사태가 일어나) 군부가 쿠데타를 해서 중국에 붙고, 북한 사회를 폐쇄하고, 지금까지 하던 것을 다 포기한다고 나오면 좋은 게 없습니다. 김 위원장이 그대로 가는 게 남북관계나 6자회담, 동북아를 위해 누가 나올지 모르는 상태보다는 낫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급변사태가 생기면 불가피하게 대응해야 하는 만큼 내부적으로 준비는 해야 합니다. 그러나 마치 (김 위원장이) 내일 죽을 것처럼 떠들면서 대안, 대안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예의도 아닙니다."

_오바마 당선자는 북미 직접대화를 강조하면서도 북한이 북핵관련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더 엄격한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북한이 시료채취 거부 같은 문제로 오바마 정부를 테스트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그것(시료 채취 논란)은 소소한 문제입니다. 오바마 당선자는 '북한과 관계개선에 나서 중국 베트남과 같은 대우를 하고, 국교 정상화를 하겠다,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하겠다, 대사도 교환하겠다,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할 겁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당신네는 핵을 내놓고 장거리 미사일 다 파괴하고 휴전선의 장사포를 후방으로 보내고 수를 줄여라, 그러면 안전을 보장해주겠다'고 할 겁니다. 나는 1994년 미국 내셔널프레스센터 연설 이후 계속 '직접 주고받는 협상을 하라'고 했습니다.

북한이 왜 핵을, 장거리 미사일을 가진 줄 아는가요. 북한의 재래식 무기는 30년 이상 노후화해 작동이 안 되는 것도 많습니다. 비행기도 반 이상이 안 뜹니다. 남쪽은 계속 교체를 하니 북은 굉장히 위협을 느끼는데 돈이 없어요. 그렇다고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며 핵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핵무기를 갖고 '너 죽고 나 죽자'고 위협하는 것입니다.

지금 북한의 관심은 미국과 관계개선을 해서 국제사회에 나오고 배고픈 주민을 먹여 살리는 겁니다. 핵무기로 백성들 밥을 먹이겠어요, 미사일로 집을 지어주겠어요. 그것도 미국에 대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북이 때때로 말썽 부리는 것은 적개심 측면도 있지만 겁이 나니까 그러는 측면도 있어요. 그럼에도 굴복은 죽어도 못하겠다는 겁니다.

길은 하나밖에 없어요. 전쟁의 경우 24시간 내 한국 민간인과 군인 150만 명이 죽고 미군 5만 명이 죽는다는 조사가 있습니다. 남한에 원자력발전소가 얼마나 많아요. 그런 데를 때리면 피해가 얼마나 큽니까. 전쟁하자는 것은 정신나간 사람들입니다."

_오바마 당선자에게 북미 대화를 언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조언하신다면.

"미 차기 정부에 북한이 원하는 것은 핵도, 미사일도 아니고 백성을 먹여 살리는 거라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북한이 백성을 먹여 살리려면 첫째 안전보장이 돼 군비를 축소해 생산으로 돌릴 수 있어야 합니다. 국제적으로 진출, IMF ADB 돈도 빌리고, 일본 배상금도 받고, 그렇게 해서 북한 지하자원을 개발하면 자력으로 살아갈 길이 생기는데 그것을 미국이 보장해주면, 미국이 원하는 것을 북한도 하겠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정당한 요구인 국교정상화는 들어주고 핵 미사일 장사포 화학무기의 포기 등 받을 것은 받아야 합니다그래서 합의가 되면 종전선언, 한반도 평화협정으로 들어가고 6자회담에서 합의한 동북아 평화안보체제를 추진해야 합니다. 그런 성과를 올리면 동북아에서 미국의 위상은 훨씬 더 강화될 겁니다."

_미 대선으로 화제를 돌려보겠습니다. 오바마의 당선이 갖는 의미를 어떻게 보십니까.

"미국의 3대 혁명을 거론하라면 독립전쟁, 노예해방 그리고 이번 오바마 후보의 당선이라고 하겠습니다. 3억 미국인의 64%가 백인입니다. 나머지 아프리카계 히스패닉계 아시아계는 주류에는 들어가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들어간 겁니다. 중요한 것은 오바마 당선자를 주류로 끌어들인 사람들이 흑인 뿐만이 아니라 백인들도 있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오바마만의 승리가 아니라 미국 전 국민의 위대한 승리입니다. 어느 나라가 이런 일을 하겠습니까. 백인만이 이끌던 미국은 3억 전체가 끌면서 더 많은 발전,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_경제적 측면에서는 보신다면.

"레이건 행정부 이래 미국은 신자유주의니 세계화니 해서 규제를 없애고, 감세를 해왔는데 이런 것들이 30년 만에 한계가 왔습니다. 금융 중심으로 미국 경제가 성장했는데 금융계가 모럴 해저드에 빠져 불건전 경영을 경쟁적으로 했어요. 경영자들은 돈 잔치를 했습니다. 파생상품이 국제적으로 퍼져 나가 어디가 잘못인지 모르는 상황이 됐습니다. 정부가 적절한 규제를 하고 감시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문제가 생긴 겁니다. 아마 오바마 당선자는 그와 정반대로 할 것이라고 봅니다.".

_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놓고 논란이 많습니다. 조기 비준으로 미국을 압박해야 한다거나, 재협상으로 독소조항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한미FTA의 근본적인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우리 농민들 희생을 어떻게 막느냐, 다른 하나는 미국 자동차 문제를 어떻게 하느냐 입니다. 농민 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합니다. 자동차 문제는 오바마 당선자가 대선 중에도, 대선 후에도 얘기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소신인 측면도 있지만 미국 자동차 3사가 다 쓰러질 상황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3사가 쓰러지면 500만 명 이상의 실업자가 나옵니다. 사활의 문제지요. 그래서 쉽게 물러날 수 없는 겁니다. 자동차는 재협상을 하든, 귓속말로 하든 합의를 해야지 우리가 밀어붙여 통과시킬 문제가 아닙니다. 특히 미국 의회가 비준권을 쥐고 있는데 그 쪽에서 안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입니까. 방법이야 어떻든 해결은 하고 가야 합니다."



인터뷰 후기


1시간 내내 한치 흐트러짐 없어… '北퍼주기' 반박땐 목소리 높아져

김대중 전 대통령은 1시간이 넘는 인터뷰 내내 한 치의 흐트러짐도 보이지 않았다. 80대 중반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김 전 대통령은 남북 경색국면 극복을 위해선 전단 살포부터 중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고압가스관리법까지 들며 정부의 노력을 촉구했다. 서로 '감정'을 자극하는 일부터 자제하는 것, 이것이 꼬여가는 남북관계를 푸는 첫 걸음이라는 얘기였다.

김 전 대통령이 유일하게 목소리 톤이 높아졌을 때는 퍼주기 비난을 반박할 때였다. 그는 역지사지(역지사지)를 강조했다. 북측이 군사 요충지인 개성과 원산을 사실상 우리에게 내준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가 문산이나 파주를 북에 내주면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쌀과 비료보다는 북한 땅이 더 크고,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난 것이 더 큰 소득이라는 논리였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을 삼갔지만 "요즘 역주행이 많다"는 일반적 언급으로 변화를 촉구했다. "역사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인터뷰에 앞서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국정감사 기간 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 사본까지 제시하며 'DJ 비자금'을 주장했던 일을 짓궂게 물었더니 김 전 대통령은 "도대체 6조원이 뭐냐. 법률가라는 사람이…"라며 아주 불쾌한 표정이었다.




http://news.hankooki.com/lpage/politics/200811/h200811140307097476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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